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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Nov 28. 2022

엄마를 위한 콘서트 뒷바라지

어쩌다 부산 여행을 앞두고

 지난여름 콘서트에 다녀온 이후 엄마의 팬심은 더욱 깊어졌다. 활력소가 있는 건 좋은 일이지,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있던 나는 니니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연말에 앵콜콘 한대

 -...왜?

 -왜는 뭐가 왜야...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또 해야지


 부산 공연 티켓팅 하던 날, 엄마가 응급실에 다녀왔다. 작년 이맘때도 비슷한 증상으로 실려 간 적이 있어서 가족들 모두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몇 가지 검사와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왔지만 영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회사에 있던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 근데... 티켓팅 해?"

 "응, 그럼... 당연히 해야지..."

 나는 니니에게 다짐 비슷한 부탁을 했다.

 -우리 오늘 꼭 성공하자 그래야 엄마가 얼른 나을 것 같아

 -아휴ㅜㅜㅜ 꼭 하자 꼭

 엄마가 응급실에 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도 안 울었는데 그날 저녁 티켓팅 중 결제가 두 번 튕겼을 때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쨌든 이번에도 성공.


 부산전에서 살아남은 우리는 거리상 가까운 서울전에도 참전(?)했지만 장렬히 전사했다. 그래서 이번 주말 계획에도 없던 부산에 간다. 지난번 콘서트 뒤풀이(<영웅결의> 참고)에서 연말에 또 만나면 좋겠다고, 가까운 데 여행이라도 가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부산까지 가게 될 줄이야. 

 -엄마가 플래카드 같은 걸 만들어 달래

 -그걸 어떻게 해? 뭐로 만들어?

 나는 학교 다닐 때 연예인에 관심이 없었고 (당시 장래희망: 고라파덕) 니니는 신화 팬이었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콘서트 한 번 가본 적이 없다. 그런 우리가 니니 어머니의 주문으로 난생처음 플래카드 제작에 돌입했다. 

 -영웅이 눈에 띌 수 있는 문구로 해달래

 -날 좀 보소...?


 몇 날 며칠 고민 끝에 문구를 정하고 재료를 준비했다. 만나서 만드는 내내 투덜 거렸지만 (아니 콘서트를 어? 앵콜을 어? 할 거면 호남평야에서 하든가 어?) 남편까지 동원해서 혼신의 가위질, 칼질로 완성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슈니는 여러 번 탄식 같은 감탄을 했다.

 "와... 어머님들 콘서트 보내드리는 게 진짜 보통 일이 아니네... 대단해, 효녀들..." 

 다 만든 플래카드를 사진 찍어서 보냈더니 엄마는 고맙다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마음은 영웅이보다 딸이 더 좋은 거 알지?(하트)

 그럼요, 엄마. 딸이 이렇게 열심히 콘서트 뒷바라지를 하는 걸요. 내년에도 열심히 할게요(?). 주말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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