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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Oct 29. 2019

있지만, 없는 사람들

지금도 어딘가

  

 점심 먹고 화장실에 양치질을 하러 갔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뭐지?’ 싶었는데 창고 같은 철문이 조금 열려 있고 그림자가 보였다. 미화원분이 앉아서 휴대폰을 보고 계셨다.     

 의자 하나만 놓으면 꽉 차는 공간이었다. 저런 곳도 휴게실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동안 여러 회사에 다녀봤지만 미화원분들이 쉬는 공간은 다 비슷했다. 화장실 안에 있거나 화장실 옆에 있다. 창문은 당연히 없다. 창고처럼 물건이 쌓여있고 옆에 의자 정도가 놓여있다.  

   

 지난여름, 우리나라 일류 대학교의 청소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며칠 전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실태조사를 하고 휴게시설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달라질 수 있을까. 큰 기대가 되지 않는 나는 너무 비관적인 사람인가.     

 가끔 주말에 출근하면 화장실이나 사무실 쓰레기통이 엉망인 걸 볼 수 있다. 그분들이 안 계시면 이렇게 곳곳에서 티가 난다. 그런데 왜 없는 사람 취급을 하나. 이 큰 건물에 그분들을 위한 공간 하나 마련하는 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목마를 때 마실 물, 더울 때 시원한 바람, 추울 때 따뜻한 난방, 쉬고 싶을 때 쾌적한 공간.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은 지켜졌으면 좋겠다. 지키라고 있는 기준이니까.     


사진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3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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