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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Nov 19. 2019

환상의 호떡 궁합

쿵짝쿵짝


 시장의 꽃은 군것질이다. 떡볶이, 어묵, 붕어빵이 시장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시장만이 가진 갬성이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더 맛있는 기분이다. 무엇이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가는 곳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종종 들르는 시장 초입에 호떡집이 있다. 다른 메뉴로 어묵이 있지만 왠지 이 집의 주인공은 호떡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포장마차를 무대로 치자면 중앙에서 주인 부부가 호떡을 굽는다. 역시 주인공은 센터 아닌가.


 시장에 호떡집이 여기만 있는 건 아니다. 바로 옆에도 있고 조금 들어가면 두세 곳 더 있다. 그런데 유독 이곳만 북적인다. 다년간 호떡을 먹으면서 내가 찾은 비결은 노래다. 주인 부부의 노동요. 이곳에는 항상 비트가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주로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트로트다. 그리고 여기에 맞춰 주인 부부가 리듬을 타며 호떡을 굽는다. 아내가 쿵짝쿵짝 쫄깃한 반죽을 적당히 떼어서 속을 넣고 기름 가득한 판에 올리면 남편이 쿵짝쿵짝 호떡 도장으로 살살 굴린다. 이때 포인트는 어깨를 들썩들썩하는 것이다. 주변에 서서 호떡을 먹는 손님들에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몸을 흔든다. 참고로 부부는 커플룩을 입고 장사를 한다.


 두 사람의 역할은 매우 유동적이다. 반죽을 뗀 사람이 호떡을 뒤집기도 하고 호떡을 뒤집은 사람이 손님 나간 자리를 치우기도 하는데 서로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살핀다. 간판 없는 포장마차지만 혹시 이름을 붙인다면 '환상의 호떡 궁합'은 어떨까.


 호떡은 세 개에 천 원. 마분지 사이에 끼워서 호호 불어 한 입 깨물면 달콤한 속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식어도 맛있다. 흥겨운 호떡집이 생각나는 밤이다.


사진 출처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IUsj&articleno=635343&categoryId=0&regdt=201811032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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