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남편 앞에서 아무 때나 개다리춤을 추는, 친구들이랑 있을 때 목소리가 제일 큰 나는 굉장한 내향형 인간이다. 현관문만 열고 나가면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지고 사람 많은 곳에서는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 모르는 사람이랑 엘리베이터 같이 타는 게 싫어서 층보다 닫힘 버튼을 먼저 누른다. 이런 내가 프리랜서로 13년째 먹고사는 건 기적에 가깝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친구도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식당도 가던 데만 가는 내가 최근에 요가를 시작했다. 아파트 주민을 위해 개설된 수업인데 등록 전까지 며칠을 고민했다.
"막 선생님이 말 시키면 어떡하지?"
"...? 대답하면 되지?"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이랑 친해져야겠지?"
"무슨 소리야? 요가만 하고 오면 되지."
"너무... 부끄러운데..."
남편은 영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며칠 뒤 첫 수업에 동네를 다 쓸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통 넓은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갔다. 그런 복장을 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쫄쫄이를 보면서 내향인은 다시 한번 번뇌에 빠졌다.
'저런 걸 어떻게 입지. 나만 이렇게 입은 게 더 창피한 건가. 하, 어떡하지. 역시 하지 말았어야 했나.'
그렇게 2주를 다니니 쫄쫄이가 눈에 익었고 나도 한 번 입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 주문하면서 요가 양말이라는 것도 같이 샀다. 물론 택배를 받고도 며칠 동안 입지 못했다.
어느덧 요가를 배운 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이제 쫄쫄이도 입고 발가락이 그대로 드러나는 요가 양말도 신지만 자리는 맨 뒤를 고수하고 있다. 동작을 열심히 따라 하다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또 너무나 부끄럽고 집에 가고 싶기 때문에 최대한 사람들 뒤에 숨으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오늘은 결석이 많았고 선생님이 나를 보며 손짓했다.
"앞쪽으로 나오실까요?"
"예예..."
"보통 나이대가 어떻게 되세요? 다들 30대이신가요?"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어릴 줄 알았던 분들도 40대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선생님이 다시 나를 쳐다보셔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30대예요..."
"아유, 애기네요, 애기~"
요즘 회사에서 이 정도 일했으면 그만 쉴 때도 됐다고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떠들고 다녔던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벌써 재등록 기간인데 다음 달도 열심히 해보자, 내향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