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자에게 붕어빵이 있나니
며칠 전 남편이 주말 근무를 하러 간다고 하길래 따라나섰다. 조그만 시골 마을에 있는 남편 회사로 가는 길에 아직 문을 열지 않은 포장마차를 발견했다.
"붕어빵이다! 올 때 붕어빵 먹어야지!"
집에 오면서 다시 보니 두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점심을 못 먹어서 배가 고팠지만 기다릴 자신이 없었던 나는 빠르게 포기했다.
"그냥 가자. 다른 데서 먹지, 뭐."
"아냐. 보일 때 먹어야 해."
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 붕어빵을 먹고 싶었을 것 같지는 않고 주말에 회사까지 따라와 준 게 고마워서 그러나 보다 싶었다. 차를 세우고 중년의 아주머니, 남학생 뒤에 줄을 섰다.
아주머니 앞에 아저씨 손님이 한 명 더 있었는데 종이봉투 두 개를 붕어빵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저게 다 얼마야. 만 원어치 산 건가. 나도 먹고 싶은데."
추위를 쫓으려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구시렁거렸다. 내 앞앞에서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아저씨 손님의 붕어빵 싹쓸이에 절망했는지 줄을 이탈해 버렸다.
"오오~ 개이득~"
남학생이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우리는 밖에 서서 주인 할아버지가 붕어빵 굽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런데, 그렇게... 그렇게... 느릴 수가... 없었다.
턱 끝에 흰 수염이 뾰족뾰족 난 할아버지는 붕어빵 틀에 천천히 반죽을 짰다. 그 위에 내 검지손가락보다 두꺼운 팥을 또 천천히 짰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또 반죽을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성질 급한 나는 남편에게 조용히 말했다.
"주토피아에 나무늘보 있잖아. 플래쉬~ 플래쉬 같으시네."
"ㅎㅎㅎㅎㅎ 그러게."
얼마 전 바람이 매서웠던 어느 저녁 남편과 빙수를 먹으러 갔다. 지난봄 집 근처에 생긴 가게 앞을 지나다니며 했던 말을 (너무) 늦었지만 지키기 위해서였다.
"여름에는 빙수, 겨울에는 붕어빵을 꼭 먹어야 해. 그것도 못 먹으면 인생을 헛살고 있는 거야."
여름을 헛되이 보내고 추워 죽기 전에(?) 빙수를 먹으러 간 것이다. 겨울까지 헛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무늘보 붕어빵 할아버지의 손놀림을 참을 수 있었다.
남학생 손에는 5천 원이 쥐어져 있었다. 설마 5천 원어치를 사지는 않겠지 했는데 설마 5천 원어치를 샀다. 천 원에 두 마리, 5천 원이면 열 마리, 열 마리면 붕어빵 한 판이었다. 그래도 기다렸다. 우리가 포장마차에 들어가기 전까지 몇 사람이 기웃거리다 포기했다. 물고기 낚시에만 기다림이 필요한 게 아니구나. 붕어빵을 낚을 때도 엄청난 기다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 뒤에도 기다리는 손님이 꽤 많았는데 할아버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본인만의 속도로, 붕어빵이 잘 익었는지 뚜껑을 열어 확인도 하면서, 꺼낼 때는 꼬챙이에 붕어빵이 상하지 않도록 살살 달래듯.
그렇게 낚은 붕어빵은 정말이지 꿀맛이었다. 남편 한 개, 내가 세 개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