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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r 03. 2020

나를 울리는 이야기

김애란 작가님, 바깥은 겨울이지만

 저는 보통 한 달에 서너 권 책을 읽습니다. 항상 들고 다녀도 읽는 속도가 느려 다독가는 못 될 것 같아요. 조금 더 억울한 건 열심히 읽어도 며칠 지나면 홀랑 까먹는다는 겁니다. 

    

 다른 날과 똑같았던 출근길, 창밖으로 햇살이 환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도 버스에서 느릿느릿 책을 읽고 있었지요. 그러다 책장 위로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몇 해가 지났고 기억력 나쁜 저에게 <바깥은 여름>은 그 아프고 당황스러웠던 순간의 감각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다시 제 앞에 나타난 작가님은 또 한 번 저를 울렸습니다. 기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에서, 작가님의 어머니를 위해 호빵을 품에 넣고 달리던 아버지를 눈으로 따라가다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세상 많은 딸이 '엄마는 왜 아빠와 결혼했을까' 궁금해합니다. 물론 저도 그런 자식이고요. 그런데 책을 잠시 덮고 있자니 그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7살, 동생이 5살 때 아빠가 꽤 긴 출장을 떠난 적이 있어요. 큰 캐리어를 끌고 가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면서 공항이 떠나가라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양쪽에 우리 손을 잡고 말이 없던 엄마는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엎드려 한참을 울었습니다. 후에 미국에서 온 노란 편지지에는 비행기 안에서 동료들 몰래 우느라 혼났다는 아빠의 정갈한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아빠가 미운 소리를 할 때마다 엄마에게 묻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제 가슴에 묻기로 했습니다. 당신들에게도 사랑이 전부였던 순간이 있었겠죠. 그리고 긴 시간을 철딱서니 없는 딸은 헤아릴 수 없는 무언가로 살아오셨겠죠. 아무래도 작가님의 <잊기 좋은 이름>은 잊지 못할 책이 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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