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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Feb 18. 2020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프리랜서의 정년은

 며칠 전 이력서를 훑어볼 일이 있었다. 평균적으로 1년에 한 번은 같은 회사 안에서, 혹은 다른 채널로 프로그램을 옮겨 다녔다. 몇 번 퇴사를 했나 손가락을 접다가 모자라서 세어보길 그만뒀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프리랜서는 이름부터 프리한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 자리만 찾아다닌 걸 수도 있겠지만 매일 출근하고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두 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평소에는 잊고 살다가 회사를 옮길 때 깨닫는다. 아, 나는 당장 내일 잘려도 이상하지 않은 프리랜서지.     


 일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마음 한구석에 품고 사는 질문이 하나 있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정년이 없는 직종이라 의미 없는 고민이라는 걸 알면서도 떨쳐낼 수가 없다. '일하는 초롱'은 나의 여러 자아 중에 여러모로 중요하다. 먹고살기 위해 그렇고 사는 의미를 찾기 위해 또 그렇다.     


 매일 하는 퇴근은 재밌고, 한 달에 한 번 받는 월급은 짱인데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불안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데 계속 떨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 나는 입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이제 작가 아니어도 상관없어."

 "다른 재밌는 거 또 찾으면 되지."

 "내는 괜찮데이!"


 불안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동무들과 맥주를 마시고 웃고 떠들면서 불판 위의 버터처럼 녹여버리는 수밖에. 결론은 식상하게도 '미리 걱정하지 말자', '어떻게든 되겠지', '어쩌라고' 정도로 요약해보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m.gettyimagesbank.com/view/a-butter-pat-melting-on-a-black-cast-iron-frying-pan/9671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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