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롱 Mar 11. 2020

다정한 사탕의 맛

"사탕 좀 드세요~"

 한 달 전 지갑을 잃어버렸다. 신분증과 신용카드, 달랑 두 개밖에 안 들었지만 속은 상하고 재발급은 번거로웠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즈음 경찰서에서 면허증을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다.   

  

 왜 아침은 늘 바쁜가. 오후에 출근하는 주제에 항상 시간에 쫓겨 다닌다. 설거지를 해치우고 빨래를 돌려놓고 젖은 머리를 말리면서 '오늘은 꼭 경찰서에 가야 하는데!' 마음이 급했다.     

 결국 예상보다 5분 늦게 집을 나섰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경찰서를 어떻게 가야 하냐고 내비에게 물었더니 엉뚱한 길을 알려준다. 때마침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나는 폭발했다.

 "길도 못 찾는 게 내비냐고! 개똥 같은 거 아주 드럽게 쓸모없네!"

 운전대를 잡은 남편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모른 체 했다. 경찰서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차에서 내려 뛰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평일 오전의 경찰서 민원실은 너무도 한산했다. 접수대 앞 바구니에 사탕을 채워 넣던 경찰관 한 분이 친절한 목소리로 맞아주셨다.

 "헡 면허증, 헠, 찾으러 왔는데요."

 수북이 쌓인 사탕을 톡톡 다독이던 그분은 숨을 몰아쉬는 나를 향해 빙긋 웃었다.

 "사탕 좀 드세요~"     

 

 순간 귀에서 '푸시시' 뭐 그런 소리가 들렸다. 내비가 길 좀 못 찾을 수도 있지, 기차 놓쳐서 지각할 수도 있지, 이게 뭐라고 아침부터 열을 냈나. 나는 순순히 바구니에서 오렌지 맛, 레몬 맛 사탕을 하나씩 골랐다. 면허증을 받고 밖으로 나와 천천히 차를 향해 걸었다.     

 "금방 왔네?"

 기다리고 있던 남편에게 들고 온 사탕을 보여주며 안에서 있었던 일을 야불야불 떠들었다. 남편은 늘 그렇듯 평화로운 얼굴로 말했다.

 "그래, 늦어도 괜찮으니까 천천히 다녀. 그리고 여기서 10분이면 역에 간대."

 다정한 얼굴들과 달달한 사탕 덕분에 느긋한 오후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Hard_candy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울리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