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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r 31. 2020

프랑스에서 온 편지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제목부터 알아볼 수 없는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스팸이겠거니 하려다가 보낸 이의 이름이 눈에 익어서 눌러보았다. 더욱 알 수 없는 글자들이 화면 가득 적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머물렀던 프랑스 한 호텔에서 온 편지는 (번역기에 따르면) ‘임시 폐쇄, 걱정하지 마십시오.’로 시작했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그래서 놀랍지도 않은 소식을 이렇게 접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합니다. 

                            우리는 잘 지내고 있으며 우리 가까이에는 아직 문제가 없습니다. 

                                                    당신도 그렇길 바랍니다. 

                  세계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당신과 당신 가족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겁니다. 

                                                          kind regards.     


 남편과 나의 생애 첫, 그리고 다음은 언제가 될지 모를 유럽 여행이었다. 무거운 캐리어를 밀면서 로비에 들어섰을 때 반갑게 맞아주던 이들이 떠올랐다.

 "프랑스에는 왜 온 거야?"

 "허니문!"

 "축하해. 정말 좋겠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십 명씩 올 텐데 마치 너희가 제일 특별하다는 얼굴이 좋았다. 걸어서 10분 거리 에펠탑을 보러 아침저녁으로 들락날락할 때마다 "오늘 날씨 좋아", "재밌게 보내" 건네던 다정한 인사도. 그곳을 떠나던 날, 체크아웃을 하고 잠시 짐을 맡겨도 되냐고 묻자 프런트에 앉아있던 남자(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다)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너만 괜찮다면 평생 맡아줄 수도 있어!"     


 그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1년 뒤에 이런 일로 메일을 받게 될 줄은. 원래 우리 일상이 어땠는지 가물가물한 요즘, 기억 속 그곳은 그대로이길 바란 건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 답장은 하지 못했지만,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 부디 그날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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