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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r 17. 2020

스물두 살 엄마에게

33년 전 오늘

 출근하기 전, 잠시 엄마랑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주말에 아빠한테 받은 봉투를 들고 꽃가게에 갔다. 

 "누구 드릴 거예요?"

 "저희 엄마요."

 사장님에게 추천받은 꽃다발 중 노오란 후레지아를 골랐다.


 집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는데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떻게든 안 보이게 하려고 팔을 꺾어가며 등 뒤로 숨기다가 멀리 엄마 차를 보자마자 히죽히죽 웃었다.

 "안녕!"

 "웬 꽃이야?"

 엄마 얼굴이 꽃보다 더 환해졌다.

 "이거 아빠가 주는 거야. 아빠가 준 돈으로 샀어."

 "너 쓰라고 준 건데 왜?"

 "그땐 이런 거 안 사줬을 거 아니야."

 "꽃이 다 뭐야. 야근하고 나와서 자다가 병원에도 늦게 왔는데."


 33년 전 오늘, 엄마는 아들 귀한 집안에 여섯째 딸을 낳았다. 나를 가졌을 때도, 낳고 나서도 마음고생 했던 엄마 나이는 고작 스물둘이었다. (엄마를 못살게 굴었던 할머니는-굳이 설명하자면-여자다.) 엄마는 날 때부터 엄마일 줄 알았는데 오늘의 나보다 열두 살 적었던 걸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나는 평생 엄마 마음을 헤아릴 수 없겠지.


 "예쁘게 잘 커 줘서 고마워."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엄마의 한 마디에 나는 코가 시려서 괜히 큰소리를 쳤다.

 "나한테 항상 잘 해라구, 항상."

 "얌마, 이거보다 어떻게 더 잘 하냐구."

 딱히 내세울 것도, 어마어마한 효도도 약속할 수 없는 딸이지만 저를 낳고 엄마가 되신 날, 축하드리고 감사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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