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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05. 2020

엄마의 귀여운 근황

아빠와 강아지

 요즘 본가 소식은 주로 엄마를 통해 접한다. 가까이 살아도 평일에는 산 넘고 물 건너 회사 다니느라, 주말에는 집에 누워 있느라 바쁘기(?) 때문인데 최근 엄마에게 들은 귀여운 이야기들을 까먹지 않기 위해 적어본다.     

  

 1

 지난주에 시장 갔다가 사과를 한 박스 사 왔어. 아빠 출근하기 전에 하나씩 깎아주려고. 사과 좀 갖다줄까? 아침 사과가 좋다잖아. 이번에 산 게 사각사각하니 달더라고. 근데 순이가 사과 깎는 소리를 아주 귀신같이 알아. 대낮까지 뻗어 자는 애가 그 새벽에 벌떡벌떡 일어나. 방문 열어 주면 꼬리 살랑살랑 흔들면서 아빠한테 안아 달라 그래. 아주 알랑방구를 뀌는 거지.

 아빠가 째끔씩 잘라주면 얼마나 맛있게 먹나 몰라. 그 씹어 먹는 소리 알지? (이를테면 이런 느낌 말이죠.) 걔가 또 맛없는 건 퉤퉤 뱉어버리는데, 이번 사과는 성공이야. 실컷 얻어먹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다시 자러 가지. 배신자 똥개라니까.


 2

 저녁에 설거지해놓고 드라마 보고 있으면 꼭 와서 간식 달라고 앓는 소리를 해. 처음에는 앞에 앉아서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내가 계속 모르는 척하면 나중에는 발로 바닥을 팡팡 내려치면서 낑낑댄다고. 엄청 거슬려. 간식 얻어먹는 방법도 아주 가지가지야.

 근데 어제는 테레비 보고 있는데 아빠가 앞에 앉아서 빤히 쳐다보는 거야. 내가 왜, 뭐, 물었더니 뭐라는 줄 알아?
 "란아, 나도 간식 줘. 순이가 쳐다보면 주잖아. 나도 줘."

 내가 진짜…. (한참 웃음) 귀엽긴 뭐가 귀여워. 심심할 틈이 없어. 요새 이러고 살아. 언제 놀러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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