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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13. 2020

도서관 폭주족이 전자책을 만났을 때

달려 달려

 주말의 중요한 소일거리 중 하나는 '도서관 가기'다. 나는 도서관만 가면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이사하고 처음 동네 도서관에 같이 갔을 때 남편은 양팔에 책을 안고 오는 나를 보고 조용히 물었다. 

 "여보... 폭주족이야?"     

 

 내가 다니는 도서관은 1인당 열권으로 대출을 제한하는데 보통 8~9권씩 빌려온다. 반납일 전에 많이 읽어봐야 3권이라는 걸 제일 잘 알지만 멈출 수가 없다. 왠지 이번에는 이틀에 한 권씩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오늘 이 책을 빌리지 않으면 평생 못 볼 것 같은 조바심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렇다. 나는 도서관 폭주족이다.     


 TV보다 라디오, 메일보다 손편지를 좋아하는 아날로그 인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전자책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종이를 안 넘기는데 그게 무슨 책인가. 하지만 길어진 출퇴근길에 가방은 너무 큰 짐이었다. 때마침 생일이라 엄마 카드로 전자책을 주문했다.     


 조그만 화면 안에 신세계가 펼쳐졌다. 종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5권을 빌려도 10권을 빌려도 전자책은 무거워지지 않았다.

 "이 좋은 걸 너무 늦게 알았어!"

 신나게 대출 버튼을 눌러댈 때는 몰랐다. 기한이 일주일밖에 안 된다는 걸.     

 

 나무늘보 같은 내가 전자책이라고 빨리 읽을 리가 없는데 반납 날짜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는 풍요 속의 빈곤(?)에 빠져 한탄했다.

 "나 이거 진짜 읽고 싶었는데. 망했네. 망했어."

 여러 차례 같은 실수를 반복한 끝에 전자책은 2권 이상 빌리지 않는다는 규칙을 세웠다.


 누군가 '전자책 괜찮나요?' 물어본다면 주저하지 않고 추천하고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얼굴에 덮고 잘 수 없어요. 숙면이 필요할 때는 역시 종이책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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