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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27. 2020

헤어짐의 기술

안녕이라는 말 대신

 1년 가까이 함께 일한 동료이자 업계(?) 선배가 갑작스럽게 팀을 떠났다. 이전 프로그램에서 사람에 학을 떼고 나온 나에게 그는 참으로 어렵게 만난 귀인이었다. 일터에서 오로지 발전을 위해 감정 섞이지 않은 채찍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는 얼마나 이상적인가.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의 의견은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당장 오늘도 알 수 없는 방송국에서 떠나고 만나는 건 겨울에 날씨가 추운 것만큼 흔한 일이다. 수년 전 꼬꼬마 시절에는 술도 마시고 울면서 방황도 했는데 지금은 확실히 굳은살이 좀 생겼... 으면 좋겠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동료의 이동이 결정되고 조그만 우리 팀은 크게 술렁였다. 그가 맡고 있던 비중이 컸던 만큼 남아 있는 이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못 가게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애써 평온(한 척)했다.

 "그냥 보내드려요. 그게 도와드리는 것 같아요."


 선선했던 저녁, 그와 송별회 장소로 가면서 나는 내내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시원하세요, 섭섭하세요?"

 잠시 생각에 잠긴 옆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물음은 짧았지만 돌아온 답은 꽤 길었다. 우리 팀을 꾸리기까지 얼마나 고된 시간을 보냈는지 듣다 보니 그는 어느 정도 떠날 준비를 마친 것 같았다.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주고 싶었다.


 뭐든지 한때, 라는 생각이 든다. 늘 곁에 두고 싶은 사람도, 두 번 다시 마주치기 싫은 사람도 결국은 지나갈 텐데 전자를 한 번이라도 다시 보려면 잘 헤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나도 서른이 넘었으니까, 이번에는 조금 어른스럽게 헤어져 보았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좋은 날, 좋은 곳에서 다시 만나요.


사진 출처

https://www.tinyprints.com/inspiration/thank-you-qu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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