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당신과 나태하게 사는 것
1년 전 이맘때쯤 화두는 축가였다. 합창부, 응원 동아리 보컬 출신인 남자친구는 평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에서 어떤 노래를 부를지 매우 신중했다. 지켜보던 나도 몇 곡 추천했지만 발랄하기로 마음먹은 날, 너-무 서정적이라 반려됐다.
어느 주말 저녁 우리는 할 일 없이 거실에 누워 있었다.
"며칠 전에 집에 오는데 그 노래가 나오는 거야. 너무 잔잔해서 보통 그냥 넘겨버리는데 그날은 듣고 싶더라고. 근데 가사가 참 좋더라."
"좋지, 좋지. 들어볼까?"
이러려고 장만한 나의 소중한 살림, 블루투스 스피커에 가만히 귀 기울였다.
♩
내 꿈은 당신과 나태하게 사는 것
더 이상 치열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그저 내 키만 한 소파에 서로 기대어 앉아
과자나 까먹으며 TV 속 연예인에게 깔깔댈 수 있는 것
그냥 매일 손잡고 걸을 수 있는 여유로운 저녁이 있는 것
지친 하루의 끝마다 돌아와 꼭 함께하는 것
잠시 마주 앉아 서로 이야길 들어줄 수 있는 것
네가 늘 있는 것 네가 늘 있는 것
노래가 끝나고 남편도 나도 잠시 말이 없었다. 결혼을 앞두고 막연한 바람이었던 가사는 1년을 지나오며 현실이 됐다. 작지만 우리 힘으로 마련한 집, TV 보며 깔깔 웃는 주말, 해장에 딱 좋은 칼국수 먹으러 가는 꽃길, 그리고 매일 밤 잠들기 전 하는 인사. "잘 자. 사랑해. 내일도 재밌게 놀자."
나의 가장 큰 꿈은 지금처럼 당신과 나태하게 사는 것. 아마 10년, 2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거예요. 첫 번째 결혼기념일, 축하하고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