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의 탄생
인생 최고의 가치는 '귀여움'이라고 생각한다. 세상만사 귀여운 게 최고다. 귀여운 걸 보면 들끓던 화가 가라앉고 없던 의욕이 생기며 거의 행복해진다. 나는 80세에도 귀여움을 추구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남편은 귀여움을 좇는 나에게 동화(라고 쓰고 세뇌라고 읽는다.)되었다. 잠을 기다리며 누워 있던 어느 밤, 우리 집 가훈을 정하자는 제안에 남편은 가만히 생각하더니 놀랄만한 답을 내놓았다.
"귀여움이 먼저다. 어때?"
"..."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교육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연애할 때 몰랐던 남편의 습관 중 하나는 밥 먹고 드러눕기다. 보고만 있어도 먹은 게 다시 올라올 것 같은데 남편은 잘도 눕는다. 그러면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다.
"또 눕지, 또. 얼른 일어나.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돼."
남편은 이불을 덮으며 헤헤 웃었다.
"소 아니야. 귀여우니까 송아지야, 송아지."
"..."
나는 또 할 말을 잃었다.
어젯밤 간식은 서브웨이 샌드위치였다. 남편은 햄버거를 먹고 싶어 했지만 그래도 채소가 많은 게 낫지 않겠냐고 꼬셔서 데리고 갔다. 우물우물 빵을 씹는 남편을 지켜보다가 물었다.
"맛있엉?"
"음... 그냥 여물 맛이야."
"... 너 진짜 송아지구나."
이렇게 부캐가 만들어지는데...
남편은 귀엽다. 13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건 딱 하나, 어마어마하게 귀여워졌다는 것. 아침저녁으로 커다란 귀여움을 보면서 속으로 외친다. '이렇게 귀여운 이가 내 남편이라니!' 언젠가 귀여움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분발해야겠다. 아무튼 귀여운 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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