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롱 Jun 08. 2020

우리 집 송아지 자랑

부캐의 탄생

 인생 최고의 가치는 '귀여움'이라고 생각한다. 세상만사 귀여운 게 최고다. 귀여운 걸 보면 들끓던 화가 가라앉고 없던 의욕이 생기며 거의 행복해진다. 나는 80세에도 귀여움을 추구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남편은 귀여움을 좇는 나에게 동화(라고 쓰고 세뇌라고 읽는다.)되었다. 잠을 기다리며 누워 있던 어느 밤, 우리 집 가훈을 정하자는 제안에 남편은 가만히 생각하더니 놀랄만한 답을 내놓았다.

 "귀여움이 먼저다. 어때?"

 "..."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교육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연애할 때 몰랐던 남편의 습관 중 하나는 밥 먹고 드러눕기다. 보고만 있어도 먹은 게 다시 올라올 것 같은데 남편은 잘도 눕는다. 그러면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다.

 "또 눕지, 또. 얼른 일어나.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돼."

 남편은 이불을 덮으며 헤헤 웃었다.

 "소 아니야. 귀여우니까 송아지야, 송아지."

 "..."

 나는 또 할 말을 잃었다.     


 어젯밤 간식은 서브웨이 샌드위치였다. 남편은 햄버거를 먹고 싶어 했지만 그래도 채소가 많은 게 낫지 않겠냐고 꼬셔서 데리고 갔다. 우물우물 빵을 씹는 남편을 지켜보다가 물었다.

 "맛있엉?"

 "음... 그냥 여물 맛이야."

 "... 너 진짜 송아지구나."

 이렇게 부캐가 만들어지는데...  

 

 남편은 귀엽다. 13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건 딱 하나, 어마어마하게 귀여워졌다는 것. 아침저녁으로 커다란 귀여움을 보면서 속으로 외친다. '이렇게 귀여운 이가 내 남편이라니!' 언젠가 귀여움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분발해야겠다. 아무튼 귀여운 게 최고. 


사진 출처

http://m.blog.daum.net/adm11/92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노래 가사처럼 살 수 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