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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Dec 03. 2020

엄마와 수능 전날 밤

수많은 밤 중 잊을 수 없는 그 밤

 내가 다닌 학교는 수능을 하루 앞두고 강당에 고3이 모두 모여 미사를 드렸다. 이래저래 심란한 마음을 달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다만 학생들 앞에서 절대 웃지 않을 정도로 엄했던 담임 선생님은 수능이 코앞이라고 너그럽진 않으셨는데 전부 코트를 벗으라고 했다. 모직 재질이라 두꺼웠던 교복 재킷을 집에 두고 온 나는 얇은 셔츠에 조끼만 걸치고 미사 시간 내내 덜덜 떨어야 했다.


 "나 목 아파."

 저녁을 먹고 나서부터 몸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보통 감기가 목으로 오는데 콧물까지 줄줄 흘렀다. 엄마도 나도 망했다고 생각했지만 거사를 앞두고 굳이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집에서 고사장까지 거리가 멀어서 새벽에 출발해야 했기에 일찍 누워 이불을 덮었다. 당연히 잠은 오지 않았다.

 "내일 훌쩍거린다고 뭐라고 하면 어떡하지."

 "코를 휴지로 틀어막아."

 "엄청 웃기겠네."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다 선잠이 들었다. 오래 잔 것 같은데 한밤중이었다. 열이 올라 온몸이 뜨끈뜨끈했다. 내 기척에 엄마도 눈을 떴다.

 "더 자야지."

 "잠이 안 와."

 엄마가 손을 내밀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릴 때 머리만 만져주면 금방 잠들던 습관을 엄마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얼른 자. 괜찮을 거야."


 긴 밤이 지나고 엄마의 바람과 달리 나는 괜찮지 않은 상태로 혼자 고사장에 들어갔다. 한참 내 뒷모습을 지켜보던 엄마와 아빠는 그날 절에 다녀왔다고 했다. 당신들 인생에 처음 수험생 부모로 보낸 시간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한참 뒤에 들었다.

 오늘 같은 날이면 길었던 수능 전날 밤과 나를 키운 엄마, 아빠의 수많은 밤을 생각한다. 언제나, 감사해요.


사진 출처

https://www.nps.gov/shen/learn/nature/nightsky.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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