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성장서사

아마도 인지는 변화의 첫걸음

22.09.28

by 치슬로

점심밥을 먹고 테헤란로를 쭉 걷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회사 건물 엘레베이터에도 얼굴을 못 외울 만큼의 사람들이 매일 오간다. 요즘 다이어트 어플을 깔고 나니까 유달리 몸매가 좋은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부럽다는 감정도 조금은 있지만, 정확히는 저 사람은 무슨 노력을 했을까? 란 생각이 더 먼저 든다. 애초에 소식가일수도 있고, 운 좋게 살이 안 찌는 체질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뭔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실 나는 몸에 대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여본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20대 때엔 뱃살이란게 1도 없던 시절이 있긴 했는데, 그땐 그게 당연한 건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내가 뭔가 노력하기 시작하니까, 세상 사람들이 하나씩 일궈낸 결과물 뒤 숨은 과정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편 사수가 나의 가장 큰 병목은 '구조화' 라고 얘기했었다. MBTI로 따지면 극 P인 나는 뭔가 정리하는 걸 잘 못한다. 펼치고 다시 접어들이고, 펼치고, 다시 접어들이는 과정을 통해 생각을 전개하는 편인데 일할 땐 이게 오히려 시간을 잡아먹는단 지적을 처음 받은 것이다. 오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엑셀과 삽질했는데,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노트에 예상되는 모든 순서와 함정을 기록했다면 시간이 훨씬 줄었을텐데, 내일부터는 그렇게 해야겠다. 라고.


상담에서 선생님이 매번 말씀하시는 건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는 것이다. 상황이 겉보기엔 '망했고', 모두가 화를 내고 슬퍼하는 와중에도 나의 사고 패턴이 인지가 되기 시작하면 이미 변화의 단초가 잡힌 것이다. 인지는 보통 혼돈에서 자책으로 이어지는 와중에 하나의 희망이 된다. 아, 내가 또 이러고 있구나. 이제 이러지 말아야지, 라며 인지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느 순간 괜찮아진다.


그 인지의 과정을 머리에 한 번 더 각인시키는 것이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어트 어플에 매일 먹은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하니 간식도 무분별하게 먹지 않게 되고, 칼로리를 계산해가며 어느 수준에서 멈추게 된다. 사수가 했던 말들을 곱씹으며 여기저기에 이야기하고 썼더니 정말 필요한 순간에 그 말이 생각이 났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싶거나 절망에 쉬이 빠져들고 싶은 욕망은 늘 있다. 하지만 그걸 느낄 때마다 생각의 길을 돌리려 한다. 아니, 생각을 빼 놓는다. 대신 그 사이에 기록을 통한 매일의 깨달음(or 인지) 과 의지적인 믿음(생각할 시간에 말씀을 읽거나 기도를 하자) 을 채우려고 한다. 그것도 아니면 뭐 어떻게든 잘되겠지~ 라고 한번 중얼거려 본다거나.


아는 것을 행한다는 본질에 충실한 마지막 3개월을 보내보려 한다. 행함이 없는 믿음도 없고, 반대로 믿음 없는 행함도 없다고 생각한다. 부디 이 걸음에 축복이 깃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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