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기분 좋은 하루였다. 일주일에 임원 발표가 두 번이나 있었고, 오늘 다 끝내니 홀가분했나보다. 동시통역기 끼고 3-4시간을 컨퍼런스룸에 앉아서 긴장 상태로 있으려니 힘이 쭉 빠지는 건 당연한 것. 근데 이 큰 일을 치루고 나니 그동안 병목처럼 잡혀 있던 것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한다. 안되던 개발이 되고, 사람이 뽑히고, 으아니?! 역시 임원은 대단해.
그런데 며칠 스트레스 받아서 끙끙 앓던 혼자만의(?) 프로젝트를 사수가 임원 보고를 해서 좀 판을 키울 거니까 영어랑 한국어로 개요 짜오라고 한다. 세상에 ㅋㅋ 인생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욕 먹으면 욕 먹는대로 죽진 않을테니까 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안할 것도 아니니까...
성경은 이제 요한일서에 들어갔다. 빠르면 내일, 늦으면 모레 일독이 끝난다. 다시 영어성경(ESV) 으로 시작할거라 끝이 끝은 아니지만, 울면서 시작하던 처음과 지금의 마음 상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각하면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어 영과 골수를 찔러 쪼갠다" 는 말이 이해가 된다. (한편으론 신앙이란 성경 그 자체보다는 말씀을 둘러싼 맥락과 사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부딪히는 그 자체에 대한 깊은 성찰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
10/8 에 3년만에 여의도 불꽃축제를 한다고 하는데, 7년인가 8년 전쯤 이제는 모두 재개발 되어서 흔적조차 없는 중앙대 옆, 본동 골목 끝까지 올라가 한무리의 동네 사람들 + 중대생들과 함께 불꽃축제를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뭘 봤는가는 기억은 안 나는데, 나한테 좋은 구경 시켜주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을 그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한다. 그땐 너무 어려서 모든게 당연한 건줄 알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당연한 건 없다. 작은 일들 사이에 숨은 사랑을 좀 더 빨리 깨닫는 것이 인생의 지혜 같다.
아무튼 각설하고, 이젠 직장인이 되어 낭만은 어디론가 버리고 그날 있을지도 모를 업무와 비상상황을 걱정해야 한다니 인생 정말. 그날은 시간이 허락한다면 원효대교나 걸어야겠다. 거기선 좀 보이려나.
오늘 샐러드 먹고 또 뭔가를 실컷 먹어버려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데드리프트에 스쿼트에 타바타에 유산소까지 하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상사 2가 내 계획을 듣더니 3달만에 -22kg 뺀 비법 전수해준다고 하는데 과연? 오늘 "S님은 이미 다이어트 잘 하셨잖아요" 란 말을 동료한테 들었는데 사실 별다른 노력 안하고도 올해 초에 비해 4kg를 뺀건 맞다. 그건 내가 매일 지옥철로 출퇴근을 해서... 경기도 <> 강남 대중교통 출퇴근이란 대단한 것이다. 그 대단한 거 내일도 하러 간다. 회사 때문에 힘들긴 한데 테헤란로 걸으며 한껏 손 흔드는 플라타너스 행렬을 보고, 시원한 가을 바람 맞으며 평화로움을 느낀다. 이게 행복이지.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