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성장서사

9월이 지나면

22.09.30

by 치슬로

독립영화 중 고형동 감독의 <9월이 지나면> 을 가장 좋아한다. 해피엔딩도 아니고 꽤나 찝찝한 마지막을 보이는 영화지만, 그 여운이 깊어 (내가 좋아하는 조현철 배우도 나오고) 이맘때가 되면 늘 생각나는 영화다. 극 중 가장 메인이 되는 노래는 Green Day의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가족의 죽음 뒤 너무 고통스러워서 만든 곡이라는 비하인드가 있다.


한편 Earth, Wind, and Fire의 September은 그렇게 신날 수가 없는 노래이지만 위 작품들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9월은 고민을 가득 안은 달처럼 느껴진다. 삶이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지만, 오늘은 어제와 달리 조금 회사가 내 명줄을 재촉하는 느낌이긴 했다. 보고 싶던 Y님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생기긴 했지만!


내 기준에선 나름 놀라운 일이 생겼던 구약 완독 이후와 달리 오늘은 신약을 다 읽고도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약간 마음이 벅차오르긴 했어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하루가 흘러갔다. 성경 읽기 전 후를 비교하면 좀 다른 사람이 되긴 했어도, 표적과 이적을 구하는 부족한 마음이란 어쩔 수 없나보다.


오늘 단톡방에서 사랑할 수 있는 업을 찾고 싶다고 했는데 그냥 사랑을 업으로 삼아보란 우문현답(?) 이 돌아왔다. 난 요즘엔 사람보다 일이 더 좋다고 답변했지만 아무도 동의하지 않나 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에서는 탁월성을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꼭 필요한 요소로 여긴다. 능력이 있어 일을 잘하고 덕이 많으면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은 활동이기 때문에..ㅎ 크리스천다운 발언은 아닐지 몰라도 이 말에 너무도 동의한다. 적어도 탁월해진다면 일을 못해서, 삶을 충실하게 살지 못해서 생기는 수많은 비본질적인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사랑을 업으로 삼으려면 자존감과 에너지가 채워지다 못해 흘러 넘쳐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사랑이 업이라고 말할 날도 오겠지만 아직 나 스스로를 더 많이 채워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눔 앱은 결제 연동 오류가 계속 생겨서 이걸 갈아타야 하나 고민 중이다. CX에서 안내하는 방식도 앱과 맞질 않다. 앱 구성은 좋아서 쓰고 싶은데 시험에 들게 한다. 그리고 내일 아침엔 일찍 일어나서 일해야 한다. 9월은 반팔과 두툼한 스웨터가 뒤섞인 길거리 사람들 차림처럼 수많은 행복과 슬픔과 생각과 고민이 얽혀 있던 한 달이었다. 9월이 지나면 깨워 달라던 노랫말처럼 10월의 아침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날 깨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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