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회사에서 커피를 마셔도 정신이 안 들고 지나치게 피곤한데다 몸까지 여기저기 아팠다. 분명히 어제는 푹 잤는데, 몸에 어딘가 이상이 생긴게 아니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기운이 없었다.
그러다가 옆팀 J님이 나와의 슬랙 대화 중 직접 얘기를 하는게 낫겠다고 판단하셨는지 내 자리로 건너오셔서 질문을 하시기에 한 15분간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 왜 이런 프로젝트(?) 를 계획했는지를 열변을 토했다. 잘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튼 그분이 가고 나니 이상하게 온 몸에 기운이 돌고 머리에 낀 구름 같은게 걷힌 기분이었다.
흠.. 그동안 기운이 없었던 이유는 회사에서 사람과 면대면 대화를 진득하게 안 해서인가. 코로나가 거의 소강 국면이지만 우리 회사는 아직도 재택이 디폴트고 (팀바팀이지만) 나는 코로나 3년을 지나는 동안 내가 재택형 인간이 아니란 걸 깨닫고 거의 매일 출근을 한다. 팀 사람들은 회사에 잘 안 오고, 상사들은 회사에 와도 너무 바빠서 마주쳐서 얘기할 일이 잘 없다. 그러니 거의 모든 대화는 줌이나 슬랙 허들로 이뤄진다.
근데 오늘 그런 비대면 대화가 아닌 대면 대화로 내 얘기를 실컷 하고 나니까 기운이 생기다니, 나는 생각보다 사회적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고 나면 무조건 혼자서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쉬어야 하는 극 I지만, 역설적이게도 면대면 상호작용이 있어야 살아난다. 사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을 해야 할 맛이 나서 회사에 매일 오는 것도 있다.
그러고 나니 기운이 좀 나서 무서워서 못 건드렸던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보려고 나섰다. 사실.. 해결만 할 수 있다면 욕 쯤이야 잠깐 먹어도 되는 것이다. 그게 너무나 당연해서 타격조차 안 받는 상태가 될 때, 진정한 직장인의 경지에 오른 거 아닐까. 여튼 뭔 기운이 난건지 무서운 분(?) 한테 직접 연락도 하고 그랬다.
다음주엔 서울 집에 오랜만에 영화 모임 친구들을 불러서 맛있는 거나 시켜 먹고 놀자고 했다. 주말엔 청첩장 모임, 또 연휴엔 한 7년 얼굴 제대로 못 본 친구를 드디어 보러 간다. 주일엔 교회 목장... 생각보다 너무 사회적 인간인걸.
내일은 그런 의미에서 회사에서 반드시 누군가를 붙들고 하고 싶은 말들을 해야겠다. 호랑이 기운이 괜한 데서 오는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