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저 입는 은혜가 있고, 노력하여 얻음으로 인해 받는 은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 먹고 마시는 것, 할 일이 있고 맺을 관계가 있다는 건 거저 입는 은혜라면, 노력함으로 인해 그 가치를 깨달아 가는 은혜가 있을 것이다.
이제 10분을 쉬지 않고 내리 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진짜 좀 죽을 것 같긴 했지만 어쨌든 안 쉬고 10분 뛰기-3분 걷기- 10분 뛰기로 이어지는 인터벌 러닝을 마쳤다. 평균 페이스도 좀 줄어들었다. 오른 무릎이 아프긴 한데... 다음부턴 무릎 아작나기 전에 스트레칭 하고 뛰어야겠다. 내가 달리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인 건 30대에 접어들어서야 알게 된 새로운 은혜다. 운동회 날 손등에 1등 도장이 찍혀 본 적 없는 사람으로서는 러닝은 꽤나 의미있는 활동이다.
이제 곧 팀을 옮긴다. 정말 별 생각 없었는데 팀 옮기는 소식을 듣는 동료들이 "거기 엄청 인재들만 가는 곳이라면서요?" 라길래 매우 당황스러웠다. 내가 한거라곤 팀에 가고 싶은 생각 있으면 말하라기에 가고 싶다고 말한게 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뛰어난 사람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대체 왜, 어쩌다 거길 가게 되었을까... 그냥 여러 우연이 겹쳤겠지 생각한다. 사실 엄청 빡셀텐데 괜찮겠냐는 말에 "그럼 안 갈래요" 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가오가 있지... 못 한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어서 하겠다고 우겼더니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새벽기상으로 유명한 김유진 미국변호사님 말론 하나님에게 용기를 달라고 하면, 우리가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에 데려다 놓으셔서 용기를 발휘할 기회를 주신다고 했다. 왠지 나에게도 하나님의 이 원리가 적용된 것 같다. 아빠한테 자존심 부렸더니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했더니 못하겠으면 팀 다시 옮기면 되지~ 라고 쿨하게 답이 돌아와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가본다.
성경 일독을 시작하고 이제 2독에 들어가면서, 또 상담을 받는 지난 1년의 시간동안 가졌던 질문이 있다. "하나님은 왜 사람을 변화시킬 힘이 있으면서, 그를 바로 변화시키지 않으실까?" 란 것. 성경엔 엄청난 박해자였다 기적적으로 회심한 바울이 있는가 하면 40년간 광야를 떠돈 모세가 있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울 같은 변화를 체험하기 원했다. 다메섹 도상에서 갑자기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고 3일만에 변화되지 않았는가, 그는.
최근 <크리스천을 위한 감정코칭> 이란 책을 읽다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하나님은 당연히 우리를 단번에 바꿀 능력이 있지만, 우리가 직접 노력하여 얻어낸 것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기 원하시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거저 받는 은혜의 소중함도 쉽게 잊어버리는 존재이기에 때론 은혜의 가치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필요하다. 노력하여 얻어낸 것은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자산이 된다. 그 자산을 쌓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은혜인 것이다. (바울은 사울일 때 이미 주의 뜻을 알고 따르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 사람이었기에 방향성만 바로잡으면 되는 상태가 아니었을까 싶다.)
첫 직장을 퇴사했던 10월이 되면 꼭 불안장애에 시달리곤 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그가 찾아왔다. 기분을 끌어올리려고 역삼까지 가서 유명한 커피집에 들렀고, 못 끝내서 골치아팠던 일들을 어떻게든 마쳐서 상사들에게 넘겨버렸다. 못 견디겠으면 엄마한테 전화해서 기도도 받았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내 불안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지만, 이제는 내가 그걸 해결할 힘을 갖고 있음을 알기 원하시나보다. 하는 생각. 처음으로 해본 생각이었다.
S님은 다이어트 하는거 맞아요? 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회사에서 맨날 간식 나눠주는 사람이지만,, 흠,,, 나는 일단 멈추진 않고 있다. 그래도 조금 살이 빠졌는지 너 너무 예뻐~ 란 얘기를 두번이나 들어버렸네? 성경통독 단톡방 사람들은 진짜 맹렬한 속도로 성경을 읽고, 나는 겨우 쫓아가는 수준이지만 이 가을엔 노력하여 얻는 가치를 알아갈 은혜가 가득하다. 참으로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