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만큼 한 기분 - 2월 11일 일기
거의 장장 3년을 끌었던 고민에서 최근 놓여났다.
그 고민과 고민의 대상에 대해 '할 만큼 했다'라는 생각이 드니 자연스레 놓아졌는데,
그 날 지하철에서 40분동안 노트북을 키고 아래와 같은 글을 주욱 써내려갔다.
할 만큼 했다는 감각은 어떻게 얻는 것일까? 그건 정말 ‘할 만큼 해봐야’ 아는데,
할 만큼 하고 난 후엔 그 대상에 대한 생각 자체가 옅어져 버린다.
굳이 그 대상이 나에게 찾아오거나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내 쪽에서는 더 이상 뭔가를 하고 싶지 않아 진다.
질리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평소에 그 대상에 대한 생각이 일상을 가득 채웠다면,
굳이 생각하려고 애쓰지 않는 이상 생각은 잘 나지 않는다.
더 나은 것을 꿈꿔보게 된다. 될 대로 되라지! 란 말을 입에 달고 살기 시작한다.
이 시간이 더 나은 것을 위한 공백이란 것을 거짓말일지언정 한 번 더 믿어본다.
그러다가 불쑥 결과에 대한 미련이 스스로를 지배하여 울화와 눈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게 가지 않는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게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든, 새로운 시도를 하든, 새로운 교육을 받든
그러면 거짓말같이 새로운 것들을 도와줄 사람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나를 지지해준다.
어떤 사람은 작게나마 커피를 사준다. 어떤 사람은 1시간 동안 할 만큼 한 이야기를 들어준다.
어떤 사람은 항상 함께 하고 있었지만 자각은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일깨워준다.
한계 지점은 인생 어디에나 불쑥 등장한다. 언제고 영원할 것 같았던 행복은 사실 영원하지 않고
완벽해 보이는 커뮤니티는 사실 들춰보니 억눌린 욕망과 감정으로 얼룩져 있다.
그렇게 진실에 세게 얻어맞고 나면 한동안 정신차리기 어렵지만
그 뒤틀린 진실 안에서도 한 줌의 희망이라도 찾으려고 노력했던 이에게는 선물이 주어진다.
그것이 바로 할 만큼 한 기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