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되는데 글이 안 써져서 노트북 앞에서만 장장 30분을 허송세월했다. 도저히 뭘 써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 30분동안 한 생각을 적어본다.
1. 묵힌 논문을 읽자.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논문이 있다. 세계 기독교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온 미국 유니온신학대 정현경 교수의 박사논문이다. <Struggle to Be the Sun Again 다시 태양이 되기 위하여> 란 제목인데 1990년에 나왔다. 생각해보니 정현경 교수가 WCC에서 '모든 것을 치유하시는 성령' 을 주제로 초혼제 퍼포먼스를 하고 교계가 발칵 뒤집힌게 1991년이다. 모든 것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고, 이제는 거의 30년 전의 일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교계에서 심심하면 일어나는 WCC의 이단성 시비에 정현경 교수의 초혼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그녀의 신학이 불러온 파장이란게 얼마나 무시무시했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여튼 한국어로 번역된 단행본(분도출판사)이 있고, 킨들로도 볼 수 있어서 한국어로 볼 것인가 영어로 볼 것인가 고민 중이다.
또 읽고 싶은 거. 미국 여성주의 윤리학자인 Beverly Wildung Harrison의 <The power of anger in the work of love : Christian ethics for women and other strangers>. 사랑의 일을 하기 위한 분노의 힘이라니! 제목 너무 멋지고요... 근데 워낙 옛날 논문이라 구글 스콜라에서 아무리 찾아도 원문을 도저히 볼 수가 없다. 미국 큰 학교들 도서관에 직접 가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 ....
2. 이승열 음악을 다시 들어야 하겠다.
한때 <가면> 이랑 <아도나이> 참 많이 들었었는데, 정작 앨범을 전부 처음부터 끝까지 진득하게 들은 적이 없어서 내일 일하면서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3. 1분기 회고 쓴게 칭찬을 많이 받네...
쓰길 잘 했다. 근데 사회참여 부분에 정의당 시민참여경선 참여해본 얘기를 빼먹었다. 당원이 아니어도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는게 나름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4. 읽을 책이 늘어났다.
오늘 반차 내고 회사 앞 책방오늘 갔다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영원의 건축> 꽂혀있는 걸 보고 그냥 그 자리에서 사버렸다. 재작년에 샀던 <김중업 다이얼로그> 보다도 비싸고 두껍다. 난 건축이나 도시공학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건축 답사 다니고 도시/건축 책 읽는 건 정말 좋아한다. 보통 아버지의 직업을 자기도 모르게 똑같이 따라가는 경향이 자식들에게 보일 때가 있는데, 나는 그러려다 만 케이스가 아닐까 가끔 생각해본다. 아빠는 조경과 도시계획을 했고, 나는 전혀 관련 없는 IT 업계에 있지만 내 몸속엔 도시계획 DNA가 있는 거지.
가끔은 내가 IT업계에 정말 있고 싶어하는게 맞는 걸까? 이게 진짜 내 길이 맞나? 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끔 MBA를 해야겠다고 말하고 있고.. 해도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난 도시사회학이랑 종교학을 대학원 가서 더 하고 싶었다. 철저히 재미 위주의 전공 선택이라 그 뒤의 진로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는게 늘 길고 긴 생각의 결론이었다. 근데 애자일의 형성 배경에 건축가인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철학과 개념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걸 얼마 전 알게 되면서 그냥 내가 하고 싶은거 다 해도 괜찮지 않을까? 도시와 건축, IT와 종교를 짬뽕한 뭔가 멋진 것이 있지 않을까? 란 생각도 해보고 있다. 일단 책부터 읽어보겠다.
5. 다 뒤집어 놓을 것이다
두려움과 소심함이 기반이 되던 삶의 방식은 기획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다. 왜 나는 거기서 더 한발짝 과감하게 나아갈 생각을 못 했을까? 왜 더 물어보지 못했을까? 왜 선수를 못 쳤을까? 요즘 기획서 갈아엎으며 매일 피드백 받으며 하는 생각이다. 너무 부족함을 많이 보니까 그거에 대한 반작용으로 갑자기 오늘 집에 오는데 가수 박미경의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 짤이 생각나면서 그냥 그깟거(?) 다 뒤집어 버리자. 다 뒤집어 놓아버리자. 기를 쓰고 내가 선택해온 삶의 방식 안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 되어보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하다, 이상하단 얘기는 어릴 적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나는 나의 방식대로 내 길과 일의 방식을 하나씩 배워나가고 쌓아나가는 거고, 계속하다보면 분명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