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성장서사

친구가 책을 냈다

<솔직해지는 연습> 04.11

by 치슬로
기어이 책을 냈구나!



책 출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사실 작년부터 어떻게든 친구들 글을 쓰게 하고, 책을 내자고 말하던 또치였기에 언젠가 그녀와 친구들의 글이 세상에 책으로 나오겠구나 싶었지만 막상 정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출간 소식을 보니 올게 왔구나 싶었다. 또치의 실행력은 정말 대단하다.


"누가 방금 집 가는 지하철에서 <솔직해지는 연습> 가지고 탔어 ㅋㅋㅋㅋㅋ"

"미친 ㅋㅋㅋㅋㅋㅋ 누구야 ㅜㅜㅜㅜㅜㅜㅜ"


로 이어지는 어제의 카톡 대화 속에서, 안그래도 아직 실물을 못 봐서 궁금한데 집 가는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이 정말 거짓말처럼 나온 지 몇 주도 안 된 친구의 책을 갖고 탔으니 내 궁금증과 신기함은 더해갈수밖에.

결국 오늘 을지로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그녀와의 짧은 조우 끝에 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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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는 연습>. 그녀를 포함한 14명의 사람들이 또치의 작업실에서 또치에게 글쓰기 수업을 받으며 써낸 여러 편의 글을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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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내 친구들 아니랄까봐 이렇게 책 첫장부터 따뜻한 멘트를 .... :) (이제야 말하지만 저자 중 하나인 부스러기도 내 정말 소중한 친구다!)


책은 '솔직해지는 연습', '재밌어지는 연습', '뻔뻔해지는 연습', '새로워지는 연습', '다음으로 넘어가는 연습' 이렇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5번의 수업에서 사람들은 각자 이 주제에 대한 음악과 참고할 만한 글들을 읽고 자기 생각을 나누며 자기 일과 삶의 무수한 순간들에 대해 썼다. 수업이 이뤄지는 기간동안 30일 내내 카페에 하루도 안 빼놓고 글을 올린 것 중 추린 것인데, 정말 다들 한 달 내내 하루도 안 빼놓고 글을 썼다니 대단하다는 말 밖엔 안 나온다.


책을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오늘 받는 바람에ㅠㅠ) 잠시 책을 펼쳐 읽는 동안 이러한 구절들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다.


또치 선생님은 사람들에게 읽히려면 약간 쪽팔릴 정도로
솔직해야 한다고 하셨다.
글은 이토록 사람을 발가벗기고 만다.
왜 누구도 시키지 않은이 괴랄한 스트립쇼를 하는 걸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속마음을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말했다. 모두들 내 글을 아주 주의깊게 들어주었고 너무 좋다고 해서 의아하기도 했다...



정작 작년 초에 또치가 처음으로 글써서 책 내는 모임 하자고 했을 때, 나는 너무 글을 안 써서 자그마치 벌금 2만원을 날린 사람이었지만... 어쩌다 올해 다시 매일 맥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는 내 글이 아직 정말로 솔직하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아무튼, 내가 요즘 글을 쓰며 느끼던 것을 책 저자들이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돌아보면 세상엔 너무나 나보다 글 잘 쓰고 똑똑한 사람이 많아서, 그래서 풀이 죽어서, 그냥 내 글이 너무 별로여서, 그러면서 안 쓰는게 습관이 되다 보니 글이 안 써져서, 날 드러내는게 무서워서, 내가 아는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하면서 글을 한 1년간 안 썼던 것 같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 마음을 세상에 내놓는 것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글을 매일 쓰면 쓸수록 브런치 조회수가 늘어나고, 매일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정말 별 거 아닌데 하면서 지하철 구동음과 회사에서의 내 부족한 모습에 관해 쓴 글을 사람들이 좋아해줬다. 이런걸 좋아할까? 싶어도 그냥 한번 해보자는 용기가 조금씩 생겼다.


그 용기에 대해 생각해보던 와중에 나온 책이니 더욱 아니 소중히 여길 수 없다.

오늘 친구 S와 저녁을 먹으며 이 얘기를 했더니, 혼자만 쓰던 글을 이제 브런치 열어서 공유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여러가지로 좋다 ;)




생각해보면 또치는 언제나 용기를 주는 사람이었다. 나에겐 세상 부끄럽고 짜증나던 일도 또치와 이야기하다보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넘겨버릴 수 있게 되었다. 글 그냥 쓰지 말까 고민하던 날엔 귀신처럼 알고 전화해서 "너 그거 글 매일 쓰는거 너무 좋더라. 계속 매일 써" 라고 말하니, 용기가 샘솟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글을 통해 솔직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쓰고 싶은 건 더 많은데 내겐 비밀스러운 마음이 너무나도 많다) 최근 어떻게든 이어나가고 있는 매일의 글쓰기 의식 속에서 좀 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그리고 또치의 말처럼 함께 책을 써서 내 글이 누군가의 용기와 영감이 된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고마워 또치.

나도 매일 좀 더 솔직해지는 연습을 할게.





"우리 모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우리 자신이 되었다." - 페르난두 페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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