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성장서사

여름이 오고 있어

04.30

by 치슬로

에어컨 바람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자리에서 노트북을 펼쳐 놓고 잠시 글쓰기로 딴짓을 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들이키며 들어오는 얼음을 먹고 있자니 온몸이 춥다.

카페에 앉은 내 주변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 대화를 하는 커플, 혼자서 케익과 커피를 드는 사람을 관찰하며 눈에 제일 먼저 띄는 건 바로 반팔과 7부 차림이다. 오늘처럼 한낮 24도의 햇빛이 내리쬐는 서울 거리에 어쩌면 제일 어울리는 차림.


집에만 있으면 계속 잠만 자서 맥북과 노트를 챙겨 서울로 나왔다.

사실 나에게 있어서 '쉬는 것' 의 정의가 뭘까 그동안 계속 생각해 봤는데, 요즘은 집에서 늘어지게 자는게 아니라면 좋아하는 공간에 가서 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게 '쉰다' 의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게 아닐까? 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공휴일이지만 좋아하는 카페에서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 막 마냥 재밌지만은 않은데 왜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일이 잘 되는지는 정말 모를 일이다.


을지로에서 한 1년 반 일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을지로와 종로 일대는 나를 편안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 강남은 솔직히 정신이 없다. 워낙 어릴때부터 서울 여기저기를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서울 중심부 지리를 잘 알고 있다는 것도 한 몫 하겠지만, 뭐랄까 이 동네는 그 자리에 항상 있을 것 같은 안정감이 참 좋다. 광역버스에서 내려 옛 사무실이 있었던 대신증권빌딩에 슬쩍 인사 한 번 하고, 오늘은 을지로를 지나 종로로 왔다.


친구가 왜 굳이 일하고 커피 마시러 종로까지 오냐, 4대문 안 사람 감성 돋는다고 놀리지만 정말 동네에만 있으면 마음이 답답한 걸 어떡하나. 적어도 강남역을 넘어가야 뭐랄까 일상에서 탈출한 느낌이 든다. 진정으로 자유로워져서 쉬는 느낌. 이렇듯 멀리 나가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독특한 버릇 때문에 교통비가 15만원 밑으로 나온 적이 거의 없다. (물론 통근할 때 타는 신분당선이 워낙 비싸서인것도 있지만;)


항상 여름의 기억은 몸에 온통 엉겨붙는 습함과 따가움, 그러다가 숨이 막힐 것 같은 강렬함으로 새겨지는 것 같다. 하지만 왜 정작 겨울을 지나오며 그 기억은 이러한 단어와 개념들로만 머릿속에 남아있는지. 올해 여름은 2018년 여름만큼이나 무시무시하게 덥다는데, 걱정은 하면서도 아직 실감은 안 난다. 또 어떻게 어떻게 지나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2분기의 시작을 썼던 것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그 중에 1/3이 뿅! 하고 끝나버렸다.

삽질과 피드백으로 가득한 하루는 예측하기 너무 쉬운 것 같지만,

또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는 예측하지 못한 멋진 일들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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