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삼프레스> 3호, '일' 홍보글
굉장히 웃긴 말이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30대가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30대란 그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에 담긴 회한 넘치는 나이이자 최승자 시인의 <삼십세> 에 담긴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을 때" 오는 거대한 운명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친한 친구들은 전부 30대에 진입했고, 나도 6개월 후면 서른이 되는 입장에서 도대체 이 막연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늘 고민했다. 우선 아직까지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입장에서 독립이 그러했고, 결혼하고 2세를 가지는 친구들이 늘어나는 걸 보며 결혼, 혹은 결합이 그러했고... 최근에는 일이 그러했다.
특히나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안정성' 과는 먼 업계에서 일하다보니 더 그 고민은 커졌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가,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가정을 꾸린다면 이 일은 지속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정말 오래된 고민이지만... 회사를 나와 좋아하는 것을 위주로 하고 살아도 나는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 의 고민.
그러면서 삼프레스의 <삼> 을 열심히 읽고, 주변에도 빌려주며 권했던 것 같다. 사실 독립 잡지는 많지만, 30대 생의 문제적 질문을 너무 무겁거나 어렵지 않게, 개인적인 목소리로 나누는 잡지는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일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할 수단으로써의 '일' 인가? 아니면 정말 재밌으려고 하는 '일' 인가? 흔히 이 둘은 명확히 구분지어진다. 보통 힘듬과 고됨은 전자에 결부되며, 자아실현과 동경은 후자로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일이란게 그 두가지로 무 자르듯 딱 구분되는 것이 아닌 것을 우리 모두 알지 않는가? 이 균형은 도대체 어떻게 맞춰야 하는가?
이번 '일' 의 필진들은 대개 '생계' 와 '자아실현' 의 사이 그 어딘가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찾아서 해 온 사람들이다. 필진 원주신 님은 직장을 그만두고 동대문에 '아무책방' 을 오픈했었고, 임경지 님은 주거권과 부동산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일을 해 왔다. <나는 엄마가 먹여살렸는데> 를 지은 김은화 님도 책 만드는 일에 대한 고민을 공유한다.
한편, 소속에 대한 고민과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퇴사 후 다시 회사원이 된 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지만, 그 삶이 정말로 어떠한 모양을 가지는지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 어쩌면 사적이면서도 또 공적인 일과 삶의 분투를 스카, 김린하, 곽승희 님이 자신의 글로 써낸다.
결국 프리랜서가 저에 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네요. 이 글이 출판될 때쯤, 저의 돈벌이는 또 다른 일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거든요. 앞서 물었지만, 하나의 직업만 가지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앞으로 몇이나 될까요? “직업이 뭐예요?”라는 물음보다 서로를 잘 알기 위한 더 좋은 질문을 서로에게 던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스카, “프리랜서라고 하기는 합니다만” 중에서
포스트 n번방 시대를 맞이하며, 'n번방' 을 둘러싼 한국사회에서 시민이자 정치 활동가, 그리고 성교육 강사로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려 했던 이들의 '일' 이야기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엄마, 나는 절대로 그런 남자가 되지 않을거야.” 마음 한 켠으로 안도했으나, 긴장과 경계는 놓칠 수 없다. 이 상식적인 말이 과연, 우리 가족만의 노력으로 지켜질 수 있을지 가끔은 불안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과 대화를 멈추지 않는다. 내 아이가 곧 ‘포스트 n번방’ 세대를 만들어 갈 구성원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기에. - 조성실, “n번방 시대를 아들과 함께 산다는 것” 중에서
30대란 나와 같은 20대 끝자락의 사람에게는 걸어갈 길이고, 30대의 누군가에겐 걸어가는 길,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걸어왔던 길일 것이다. 복잡한 수식어구를 걷어내고 떄로는 우리가 만나는 생애의 시간 속 한 점을 가만히 성찰해 보는 것은 나와 다른 이에게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한때 좋아했던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는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사람들은 나이 삼십에 늙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멋진 일이다. 사람들은 실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를 알게 된다. 지성과 철학적 혜안을 통해 큰 자유에 도달한다. 삼십 이전에는 고통과 격정에 완전히 자신을 맡겨야 한다.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그렇다! 털 뽑힌 호랑이가 되어야 한다. 안 그럴 경우 맥없는 고양이일 뿐이다. 고통과 격정에 헌신하지 못하는 사람은 죽을 수도 없다. 죽는다는 것은 마지막 헌신이기 때문이다."
모험과 격정, 고통이란 말이 너무나 거대해 보이지만 사실 한국 사회에서 서른을 맞이하는 이들의 서사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지 않을까 가끔은 생각해본다. 루이제 린저의 말대로라면 가장 큰 자유에 도달하는 서른-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고도 다른 '삼' 들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자유를 만나보시기를 바란다.
https://www.tumblbug.com/sampress3?ref=dis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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