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끈질긴 위염과의 사투 끝에 정말 오랜만에 위스키를 마셨고 매우 행복했다. 서울엔 커버 차지 만원씩이나 받아가면서도 시판 초콜릿이나 과자만 덜렁 내주는 곳도 있는데 커버차지 반값에 옆 쌀국수집 육수로 만든 웰컴 드링크에 직접 절인 토마토/올리브, 또 직접 말린 파인애플, 김부각, 과자까지 주는 데는 또 처음 봤당...
난 막입(?) 이라 위스키 각각의 세세한 차이는 구분을 잘 못하지만 짜고 맵고 단것까진 그래도 이제 확실히 구분이 되는 듯 하다. 오늘은 아녹 라스칸(NAS)이랑 글렌알라키 15년을 마셨고 아녹은 정말 짠맛과 피트향이 놀랄만큼 강렬했다. 뭐랄까 끝엔 매운 맛도 있었는데 지난주 마셨던 발렌타인 마스터스랑은 또 다른 매운맛이었다.
발렌타인 마스터스는 고춧가루 듬뿍 푼 얼큰한 한국식 탕에 어울리는 느낌이라면 이건 후추 친 매운맛이랄까.. 솔직히 피트향의 대명사로 불리는 라프로익의 쿼터 캐스크는 별로였지만 그 이후로 마셨던 아드벡 라가불린 등등부턴 만족 대 만족이다. 호불호 확 갈리는 피트향이 잘 맞는다니 나도 내가 가끔 신기하다.
여튼 피트향 진한 위스키들은 그 특유의 소독약 향(?)의 주된 원천인 페놀 함량을 측정해서 라벨에다 붙여놓는데.. 오늘 건 11.1PPM. 그 외에도 CS 위스키들 보여달라고 하면서 옥타모어 CS도 봤는데, 134PPM. 바텐더님이 이건 마시면 집에 당장 가야되는 맛이라고 말했다. 극강의 피트+ CS라면 대체 어떤 시너지가 날지 무섭다. 여튼 가격도 사악하다는데 언젠가 내 안의 흑염룡이 날뛸 때 한번 마셔볼 수 있으면 좋겠다.
스페이사이드의 글렌알라키는 쉐리 캐스크에 담았던 위스키라고. 예전에 친구가 마시던 킬호만 한모금 얻어마신 것 빼곤 쉐리 캐스크 위스키는 처음이었는데, 부드럽고 끝에 감기는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이었다. 글렌모렌지 걸로도 먹어보고 싶다.
여튼 오늘 좀 삘을 받아서 마신 위스키와 테이스팅 노트를 기록할 수 있는 distiller 앱을 받고 몇개 기록해놨다. 지난 2년간 많이는 아니어도 나름 이것저것 잘 마셔봤던 듯. 바에 앉아서 찬장에 담긴 수많은 위스키를 보며 이걸 다 마셔볼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여럿이서 병째로 놓고 마시는 건 별로고, 난 혼자나 둘이서 위스키 한 잔씩 홀짝거리며 도장깨는 일이 너무너무 좋기 때문이다... :)
여튼 오랜만의 술이었는데 재밌게도 알콜이 들어가니 뒤이어 한 영어 통화에서 영어가 놀랄만큼 술술 나왔다. 아 그리고 사실은 위스키 마시기 전 했던 저녁 식사도 수준급이었다. 여러모로 즐거웠고 담번엔 양고기 구우러 가기로. 그리고 당분간 또 술은 자제할 예정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