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성장서사

난 위스키가 너무너무 좋아

10.02 간헐적 술쟁이 일기

by 치슬로

코로나와 끈질긴 위염과의 사투 끝에 정말 오랜만에 위스키를 마셨고 매우 행복했다. 서울엔 커버 차지 만원씩이나 받아가면서도 시판 초콜릿이나 과자만 덜렁 내주는 곳도 있는데 커버차지 반값에 옆 쌀국수집 육수로 만든 웰컴 드링크에 직접 절인 토마토/올리브, 또 직접 말린 파인애플, 김부각, 과자까지 주는 데는 또 처음 봤당...


난 막입(?) 이라 위스키 각각의 세세한 차이는 구분을 잘 못하지만 짜고 맵고 단것까진 그래도 이제 확실히 구분이 되는 듯 하다. 오늘은 아녹 라스칸(NAS)이랑 글렌알라키 15년을 마셨고 아녹은 정말 짠맛과 피트향이 놀랄만큼 강렬했다. 뭐랄까 끝엔 매운 맛도 있었는데 지난주 마셨던 발렌타인 마스터스랑은 또 다른 매운맛이었다.


발렌타인 마스터스는 고춧가루 듬뿍 푼 얼큰한 한국식 탕에 어울리는 느낌이라면 이건 후추 친 매운맛이랄까.. 솔직히 피트향의 대명사로 불리는 라프로익의 쿼터 캐스크는 별로였지만 그 이후로 마셨던 아드벡 라가불린 등등부턴 만족 대 만족이다. 호불호 확 갈리는 피트향이 잘 맞는다니 나도 내가 가끔 신기하다.


여튼 피트향 진한 위스키들은 그 특유의 소독약 향(?)의 주된 원천인 페놀 함량을 측정해서 라벨에다 붙여놓는데.. 오늘 건 11.1PPM. 그 외에도 CS 위스키들 보여달라고 하면서 옥타모어 CS도 봤는데, 134PPM. 바텐더님이 이건 마시면 집에 당장 가야되는 맛이라고 말했다. 극강의 피트+ CS라면 대체 어떤 시너지가 날지 무섭다. 여튼 가격도 사악하다는데 언젠가 내 안의 흑염룡이 날뛸 때 한번 마셔볼 수 있으면 좋겠다.


스페이사이드의 글렌알라키는 쉐리 캐스크에 담았던 위스키라고. 예전에 친구가 마시던 킬호만 한모금 얻어마신 것 빼곤 쉐리 캐스크 위스키는 처음이었는데, 부드럽고 끝에 감기는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이었다. 글렌모렌지 걸로도 먹어보고 싶다.


여튼 오늘 좀 삘을 받아서 마신 위스키와 테이스팅 노트를 기록할 수 있는 distiller 앱을 받고 몇개 기록해놨다. 지난 2년간 많이는 아니어도 나름 이것저것 잘 마셔봤던 듯. 바에 앉아서 찬장에 담긴 수많은 위스키를 보며 이걸 다 마셔볼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여럿이서 병째로 놓고 마시는 건 별로고, 난 혼자나 둘이서 위스키 한 잔씩 홀짝거리며 도장깨는 일이 너무너무 좋기 때문이다... :)


여튼 오랜만의 술이었는데 재밌게도 알콜이 들어가니 뒤이어 한 영어 통화에서 영어가 놀랄만큼 술술 나왔다. 아 그리고 사실은 위스키 마시기 전 했던 저녁 식사도 수준급이었다. 여러모로 즐거웠고 담번엔 양고기 구우러 가기로. 그리고 당분간 또 술은 자제할 예정이다 ^0^


간헐적 술쟁이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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