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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없애려 하지 말고 다루는 법을 배워라

by 김소연 트윈클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지만, 원하는 것을 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 행동을 원하게 되는 것은 통제할 수 없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조절하는 법은 배울 수 있지만, 감정이 생기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불안할까요?", "화가 나지 않도록 할 수는 없나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감정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환경, 경험, 신경학적 요인, 무의식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현된다.

불안을 원한 것도, 슬픔을 선택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려 하기보다, 어떻게 다룰지를 고민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감정을 다루는 첫걸음: 인정하기


정신과 진료에서도 이 원리는 중요하다.

우울증 환자는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라고 자책하고,

불안 장애를 가진 사람은 "나는 왜 사소한 것에도 신경 쓸까?"라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감정이 생기는 것 자체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불필요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첫걸음은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지금 불안하다.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느끼는 거다."

라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압박이 줄어든다.

감정과 싸우려 하기보다, 떠내려 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마치 비가 오는 날, "비가 왜 오는 거야!"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보다,

우산을 쓰고 걸어가거나, 비 오는 풍경을 즐길 수도 있다.

감정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 감정을 안고 나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감정 조절은 배우는 것이다


이 원리는 아이를 키울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이가 짜증을 낼 때 "왜 짜증을 내?"라고 다그치기보다,

"기분이 안 좋구나,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물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감정을 조절하는 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부모가 먼저 감정을 인정하고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도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다룰 줄 알게 된다.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감정을 가라앉히기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감정 일기 쓰기

감정에 이름 붙이기 (예: "지금 나는 화가 난 게 아니라 실망한 거야")

신체 활동을 통해 감정 해소하기 (예: 산책, 운동, 스트레칭)


이러한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감정이 밀려올 때 무작정 휩쓸리기보다 균형을 잡고 대응하는 힘이 길러진다. 감정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지만, 감정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인간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지만, 원하는 것을 원할 수는 없다"는 쇼펜하우어의 명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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