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 그게 화난 거야!"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아이

by 김소연 트윈클

어제 아은이가 30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왔다.

"엄마~ 화 안 낼 거지? 나 너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서두르다가 많이 틀렸어~~"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그래, 시험 점수로 화내지 않겠어!'


아이 나이에 이해하기 어려운 선행 학습이었고,
점수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 런. 데.

전날 여러 번 설명해 줬던 부분을 똑같이 틀렸고,
아이는 "나 다 알아!"라며 자신만만하게 준비를 안 했다는 것!


그래도 꾹 참았다.
내 이성이 나를 붙잡아 주었다.


하지만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엄마, 오늘 일찍 잘게. 씻고 마무리하고 자~"

그때, 아은이가 옆으로 다가와 묻는다.

"엄마, 잘 때 안아줄 거야?"


그 순간, 아이가 내 기분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른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아이들은 안다.
엄마의 표정, 말투, 사소한 변화까지 다 느낀다.


다음 날 아침, 아은이에게 말했다.
"아은아, 어제 엄마 화난 게 아니라 머리가 아팠던 거야~"

그러자 아은이가 단호하게 답했다.

"엄마, 그게 화난 거야!"


순간 웃음이 터졌다.

30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왔어도, 엄마의 감정을 읽는 능력만큼은 100점!

엄마 마음을 이렇게 정확히 꿰뚫다니, 기특하고도 놀랍다.

어른들도 자기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우리 아은이는 자기 감정도, 상대의 감정도 정확히 읽고 표현할 줄 안다.


나는 순간 깨달았다.

어쩌면 감정을 잘 이해하는 게, 수학 문제를 푸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능력일지도 모른다고.


"엄마, 그게 화난 거야!"

맞아, 아은아. 엄마도 이제 인정할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