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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올렛 Jan 16. 2023

아이들 웃는 모습 생각하세요.

직장다니면서 책쓰기


나 : "퇴직한 선배들 보면 남일 같지 않아요."

선배 : "그렇죠? 몇년 후 과장님 모습이지요?"

나 : "티 많이 나요? 퇴사하고 싶어하는 거?"

선배 : "아이들 웃는 모습 생각하면서 다니세요."


온갖 고민을 털어놓아도 마음 편안한 선배 한 분이 계신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아이들 웃는 모습 생각하면서 회사 다니라고 하시는 선배님.

오늘의 대화는 기억하고 싶어서 적어놓는다. 그때의 내 기분은 쑥스러우면서도, 내 처지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반가웠던 마음이다.




책쓰기에 돌입했다.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시작했다. 무언갈 하지 않으면 정확히 비는 그 시간동안 계속 회사생각을 하게 되기에 의미있는 무언가로 그 부분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책의 제목, 부제, 목차, 분위기, 책의 전반적인 정서를 설정한 후 오늘은 프롤로그를 썼다. 이미 몇 문장을 쓰면서 눈물을 폭포수처럼 흘렸다. 뭔 글을 쓰면서 그렇게 눈물이 나오는지 원.


대략적인 책의 기획을 완성해두고 한 꼭지을 써야 하는 지점에서 많이 망설였다. 이게 책이 되겠어? 과연 누가 보고 싶을까? 또 징징대는 글 하나 추가하는 꼴 아닐까? 과연 우울하지 않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여러가지 고민과 걱정이 쏟아져나왔다. 그래도 아이들을 일찌감치 재우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평소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아이패드로 가벼운 마음으로 쓰지만, 책쓰기를 위해선 정식으로 노트북을 켠다. 혹여나 아이패드에 글쓰기 어플이 좋은 것이 있나 싶어서 앱스토어에도 들어가봤다. 잘 못 찾아서 노트북으로 향한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글을 쓰며 수없이 노려보았던 '아래한글' 프로그램을 열고 담담히 써내려갔다. 어깨뽕이 들어간 듯 잔뜩 멋을 낸 글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시작이 두려웠나보다. 그래서 그냥 내 심정 그대로 느껴지는대로 적었다. 평소에 브런치에 적듯. 그랬더니 글보다 눈물이 먼저 쏟아져나오긴 했지만, 어쨌든 오늘 하루 쓰기로 했던 분량은 썼다. 그렇게 시작을 하고나면 또 아이디어가 계속 연결된다. 작은 수첩을 식탁, 책상, 출퇴근 가방 등 곳곳에 분산해두고 생각나는 모든 것은 적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나에게 보내는 창에서 공지사항을 상단에 걸어두고 계속 업데이트 해가며 아이디어를 모은다. 이제부터는 이것이 글이 될지 안될지를 판단하기 보다는 계속 메모하고 글로 다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목표는 한 달안에 초고를 끝내는 것이다. 1월 10일 화요일에 시작한 글이, 2월 10일 금요일까지는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바로 다음날인 2월 11일부터는 소설쓰기 아카데미에 들어갈 예정이라 내겐 꼭 한 달의 시간이 있다. 잘 집중해서 한 편을 완성하고 싶다.




회사와 나를 분리하는 법을 몰라 무척 암울한 작년 하반기를 보냈다. 어느덧 복직  6개월이나 흘렀다. 세상에! 정말 지나간 시간은  그렇듯 압축파일이  것처럼 짧게 느껴지는 것이구나.  안에 압축을 풀어보면  아픔과 슬픔은  컸을텐데, 나는  모든 것을 망각한  새로운 글을 써보겠다고 기운좋게 시작을 했다.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다.


웬만한 아픔은 극복해버리고 나면 자기 스스로 이겨낸 줄 안다. 하지만 내가 시든 꽃처럼 죽어가고 있을 때 내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온 그들을 잊을 수 없다. 삶이 철저히 혼자라고 느껴지던 순간, 나는 매번 글을 썼고, 그 글은 아픔을 배출하는 역할을 했다. 나는 좋아하는 이들과 글로 연결되어 있다. 내 글은 누군가의 가슴에 도착할 것이고, 또 다른 이의 글은 내 가슴에도 도착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글로 단단해지는 사이가 된다.


언제는 죽겠다고 난리였지만, 이젠 살아보겠다고 난리이다. 그렇게 인생은 변화무쌍하고,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르는게 된다. 전보 인사를 몇일 앞두고 있다. 마음은 콩닥콩닥 거리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의연하고 의젓한 모습으로 출근하여 일을 처리해낸다. 새벽 도시락도 매일 싸고 있으며, 스키 부츠에 쓸려서 덧나버린 상처 때문에 피부과도 다녀왔다.


아이들에게 고기를 구워주니 쌈에 싸서 내 입에 먼저 넣어준다. 그런 소소한 기쁨도 느끼며, 나는 엄마로도 행복하고 또 월급날의 환희를 느끼는 직장인으로서도 행복하다.

'내 입에서 행복하다는 말이 나오다니!'


이젠 행복을 낯설어하지 말자.

많은 날 아파했으니, 또 많은 날 행복할테야.

그게 인생이니까.

그렇게 돌고 돌아 나를 찾아가는 것이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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