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그렇게 많은 장애물을 뚫고, 이 과정을 시작하고 싶어 했는지 하나씩 되짚어가며 생각해봤다. 내가 큰 성공을 꿈꾸며 이 과정을 시작한 걸까? 아니다. 난 그저 육아와 직장, 살림에 억눌린 내 마음을 그림으로라도 그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미래를 그림으로 그리면, 그게 하나씩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는, TED 강연자의 말은 나에게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주문처럼 느껴졌다. 그래? 그럼 한 번 해볼까? 마침 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를 십분 활용해서 꿈을 이룰 수 있다는데, 뿌연 내 인생이 어쩌면 안개가 걷히듯 맑고 개운하게 변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끊임없이 이런 식의 합리화를 하며, 거액의 자기 계발비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만큼 말도 못 하게 불안했다는 뜻이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환불 절차를 문의해볼까? 정말 큰 일 냈구나, 여기서 관두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영어 공부를 좀 더 하라는 조언을 했더라도, 당시의 우매했던 나에겐 아마 들리지도 않았을 거다.
매일 확신과 불안을 한 겹 한 겹 벗겨가던 나는, 드디어 마음을 굳게 먹고 홈페이지의 교육 담당자 주소로 메일을 보냈다. 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준비해야 될 사항이 있는지 물었다. 그게 카드 결제를 한 지 17일 만의 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답답하고 한심하다. 그 17일간, 영어 듣기 실력을 쌓아뒀더라면...
하지만, 그 17일간의 진지한 고민을 하고 스스로 확신을 갖었기에 난 과정이 시작되자마자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릴 수 있었다. 17일 이후의 나는 더 이상 이 과정이 나에게 맞을까? 영어가 내 발목을 잡진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하나씩 행동으로 옮기는데 열중했다.
아직 본 과정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열의에 찬 내가 혼자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사전 코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전 기수의 교육 내용을 보고, 직접 따라서 그려볼 수 있는 그림 양식이 있었다. 한 시간 짜리 강의 네 개를 듣고, 꿈 지도를 그리기 위한 그림 양식 30장을 그려보는 것이 사전 코스의 큰 골격이었다.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강의는 TED에서 강연했던 Patti Dobrowolski가 직접 했다. 녹화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다. TED 무대에서 보던 강연자가 나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 강연을 한다는 생각에 동기부여가 저절로 되었다.
그렇게 혼자 자습하는 시간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대략 3주 정도 다양한 상황을 그림으로 재빠르게 표현해내는 방법을 강의를 통해서 익히고, 손으로는 제시된 그림 양식을 똑같이 따라 그려보았다. 조용한 장소에서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는 것은 꽤나 행복한 일이었다. 하얀 종이에 다양한 색깔의 펜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내 손으로 그려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솟아오르기도 했다.
다만, 네 차례의 영어 강의를 들으며, 그림 설명과 관련한 예시 하나, 작은 획 하나의 의미까지도 자세히 듣고 싶은 내 마음과는 달리 놓치는 부분이 많은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재미가 워낙 커서, 이런 아쉬움이 훗날 어떤 어려움으로 다가올지 눈치채지 못한 채 사전 코스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