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는 속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몇 년이 지나있었다.

by 바이올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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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를 재우며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이불 덮어주기다. 하루를 에너지 넘치게 살았던 만큼 잠이 든 이후의 시간도 에너지 넘치긴 매한가지다.

그렇게 1초도 멈추지 않을 것 같이 온 집안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폭주 기관차 같던 아이들은 이 조용한 밤 엄마의 마지막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잠이 든 아이의 발부터 몸통, 손, 머리와 얼굴까지 한 번씩 손으로 쓱쓱 쓸어주면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자기 전 수면의식과 다름없는 이 시간에 나는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매일 놀라곤 한다. 아직 내 마음 속엔 젖을 먹고, 몸을 뒤집고, 이유식을 받아먹던 아기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훌쩍 큰 건지 지난 몇 년이 야속하리만치 빠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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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아침 풍경


이런 한 밤의 고요하고 낭만적인 정취와는 다르게, 아침은 이보다 더 분주할 수 없을 만큼 긴박하게 흘러간다. 아기 땐 그리도 새벽에 깨서 내 잠을 깨우더니 여섯 살, 다섯 살이 된 아이들은 이제 늦잠을 잔다. 꼭 출근을 앞두고 이불 밖으로 나오기 힘들어하는 성인이 된 것 같아서 살짝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엔 그런 마음의 여유가 끼어들 틈이 없다. 먹이고, 씻기고, 입혀서 어린이집 등원 버스에 태우기까지 그야말로 전쟁이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직장과 가정 사이를 오가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되었다. 나는 아주 멀쩡해 보였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마치 많은 것을 이룬 슈퍼우먼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 시절의 나를, 나는 그렇게 칭송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부모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세 돌이 지났고, 회사에서도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저 평온했다. 하지만 마음속은 요동쳤다. 지난 6년간 임신과 출산을 두 번 반복하고 육아와 살림,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나의 삶은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가 희망차고 기대되고 가슴 뛰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그 자리엔 몸 여기저기의 통증과 피로, 짜증과 화로 가득 채워지곤 했다. 그리고 그 화살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을 향해 있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분명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을 향해 나는 하루의 피로와 고단함을 모두 쏟아내고 있었다. 그건 안 될 일이었다.


그렇게 많은 엄마들이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올 시기에, 나는 육아휴직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남들과 다른 길을 걷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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