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de Vie (삶의 장면) #01. 하늘
가만한 오후. 하늘을 가만히 보는 걸 좋아한다.
게으른 구름들이 두둥실 장난치듯,
그 따뜻한 느낌을 좋아한다.
오늘은 지나가는 구름이 게으르지 않다.
태풍급의 강풍이 불어닥친다는 예보가 있는 날.
한참을 보아도 머물다 흘러가는 구름이었는데
바람에 쫓기듯 구름들이 무리지어 전속력을 다해 달리는 중이다.
보이지 않는 엄청난 힘이 자꾸만 구름떼를 밀어내는 모양이다.
힘을 잔뜩 머금은 바람은
동네 분리수거장의 패트병, 상자, 비닐을 온통 날려버려, 동네는 금방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바람이 거세지고,
마음도 거세질수록,
세상은 엉망이 되어버리지.
내 속도로 천천히 가고 싶다.
게으르면 게으른대로, 빨리 배우지 못하면 못하는 대로,
결과를 이루던 못 이루던 상관없이,
그 과정에 있는 나를 스스로 다독이며 즐기면 그뿐.
만질 수 없는 대자연 속의 구름, 하늘, 바람.
그러한 것들은 무얼 그리 머리쓰며 골치 아프게 사느냐고 우리를 비웃듯
각자의 속도로 흘러간다.
아무것에도 메이지 않는 자로
그렇게 게으른 구름처럼 살다 가고 싶다.
#삶의장면 #자연속일기 #게으른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