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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 Oct 11. 2020

앨리스의 출입문

이상한 나라, 앨리스가 되는 마법  ㅣ 제주


어릴 적 캄캄한 이불속에서 펼쳐졌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세상을 떠올려본다. 

상상 속의 세상이라고만 하기엔, 처음 만난 무지개만큼이나 선명하고 커다랐다. 그곳에는 어른들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살아 움직이는 시계, 말하는 토끼, 애벌레 아줌마, 토끼굴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아진 앨리스가 살고 있었다. 그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한, 앨리스가 찾아낸 토끼굴의 출입문은 과연 어떤 세상으로 이끄는 문이었을까? 


사회적으로 어른이어야만 한다고 하는 삼십 대의 물리적인 시간을 관통하고서야, 십 년 동안 반복되던 직장인의 테두리를 벗고 나서야, 비로소 앨리스의 출입문을 활짝 열게 된 느낌이다.  아마도 나의 두 번째 세상이 시작 지점이 될, 그 무엇이 펼쳐질지 모르는 마법의 출입문 안으로 한 발 밀어 넣고서야 마법에 걸린 앨리스처럼 조그마한 아이가 되어 낯선 길 위를 걷고 있다.  


이 문을 열기 전까지, 십 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은 무던히도 열심히 일했던 곳이고 스물다섯부터 내 청춘을 고스란히 보낸 곳이기도 했다. 처음의 시작은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세상이었지만, 세월의 눈은 이곳 또한 벗어나고 싶은 이상한 나라가 되기 충분했다. 자의와 타의의 변화로 같은 세상도 미세하게 변하는 법임을 어느새 알아채고 만다. 


토끼굴의 출입문의 안과 밖,  그 경계를 사이에 두고 이상한 나라는 과연 어디였을까? 

현실이 꿈이 되고, 꿈은 현실이 된다.


어쩌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 공존하고 있는지도.  

어느 곳이 이상한 나라인지는 모른다. 관점의 차이일 뿐.   


다만 분명한 건, 오랜 생각 끝에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헤쳐 찾은 출입문을 열고 나간 세상은 경험해보지 못한 살아있는 날것의 무엇, 무던히도 뜨겁고 눈부신 여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Photo by Tatiana Colhoun on Unsplash


"어제 이야기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의 난 어제의 내가 아니거든요."  



"여기서 나가는 길 좀 알려줄래?"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렸지" 

"어디든 상관이 없는데.."

"그럼 아무 데나 가면 되지"

"어디든 도착하기만 한다면.."

"그럼 넌 분명히 도착하게 되어 있어. 오래 걷다 보면 말이야." 



"그래, 넌 미쳤어. 
이건 비밀인데.... 멋진 사람들은 다 미쳤단다!" 



"지도만 보면 뭐해? 남들이 만들어 놓은 지도에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있을 것 같니?"

"그럼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 나와있는데?"

"넌 너만의 지도를 만들어야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main image : Photo by Roger Bradshaw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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