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돼지고기를 왜 안 먹어?
돼지가 무슨 잘못이라고
AI로 만든 참고 이미지입니다.돼지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 것은 아랍 국룰이다.
아니 국룰이었다.
이슬람의 바이블인 코란에는 대 놓고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라고 쓰여있다. 심지어 돼지를 불결하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무슬림들은 '불결한' 돼지고기를 만지는 행위조차 하지 않으며 가죽을 비롯하여 돼지에서 파생된 그 어느 것 하고도 접촉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출처 : TheIslamicInformation.com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아주 배때기가 불렀네. 불렀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랍에서 3년, 이 혹독한 날씨를 몸소 겪어보니 이토록 맛있는 삼겹살이 왜 금지가 되었는지 알 것 같다.
한국은 아직 손이 시린 계절인 2월이지만 이곳 아부다비는 슬슬 겨땀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아침저녁으로는 사막에서 불어온 선선한 바람 덕분에 쌀쌀한 기분이 들지만 한낮에 야외에 나가보면 머리 위에서 이글거리는 태양빛에 저절로 눈이 찌푸려진다. 하물며 2월이 이런데 여름은 어떨까.
사막에서는 태양도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이곳의 여름 날씨는 거대한 사우나에서 헤어드라이기를 최고 온도로 켜고 얼굴 앞에 놓고 걷는 것과 비슷한 기분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습도 또한 높아서 지하주차장에 대어 논 차까지 걸어가는 단 2분 사이에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시계를 과거로 돌려 아주 먼 옛날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이 날씨를 겪고 있다는 상상을 하면 정말이지 끔찍하다.
그래서 그 시절에는 물이 권력이자 모든 것이었다.
사람들은 오아시스 주변에 모여 군락을 이루며 살았고 그것이 하나의 부족이 되었다. 다른 부족이 소유하고 있는 오아시스의 물을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그 사람은 처형당했다. 그러니 물을 많이 먹는 가축인 돼지가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돼지는 양, 소, 말과는 달리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즐겨 먹으니 이 메마른 사막에서 키우기에는 부적절한 가축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돼지고기의 맛은 이리도 좋으니 백성들이 이 것에 맛들리기 전에 '금지'시켜야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돼지고기 금지에 관해 몇몇 무슬림들이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돼지가 옮기는 기생충이나 바이러스에 대해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보기에도 징그러운 사진들을 잔뜩 붙여놓았다.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 또한 예부터 돼지고기는 바짝 익혀서 먹으라고 했다. 실제로 돼지는 음식물 쓰레기나 사람의 인분을 먹기도 했으며 이것은 사람에게 감염병을 전파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다. 현재까지도 종종 야생 멧돼지를 제대로 익혀먹지 않아 기생충에 감염되었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그들은 이 맛있는 삼겹살을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다.
출처 : https://zakirnaikqa.wordpress.com/무슬림이 운영하는 웹 사이트에서 발췌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다.
무슬림들은 더 이상 사막의 오아시스 옆에 살지 않는다. 그들은 부르즈 칼리파와 같이 높고 화려한 건물을 지어 올려 산다. 실내에는 에어컨이 쉴 새 없이 돌아가서 심지어 좀 춥기도 하다.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기술 덕분에 더 이상 물이 귀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걸까?
내 주변의 무슬림 친구들에게 소곤소곤 물어보니 돼지고기를 개의치 않아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특히 외국생활을 오래 한 무슬림 친구들은 코란에서 말한 것처럼 돼지의 그 어떤 것 (하다못해 돼지 육수나 젤라틴 등)도 닿지 않은 조리기구로 음식을 한 레스토랑만 골라서 다니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들 또한 '생존'을 위해서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만 했다고. 돼지고기를 사다가 구워 먹지는 않지만 굳이 '할랄'마크만 있는 음식을 찾아다니지도 않는 어느 정도의 중도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럼 아랍국가에 사는 한국인인 나는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안 되는 걸까?
혹시 삼겹살을 먹는다고 무슬림들이 날 더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아랍에서의 식생활에 대한 궁금증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계속해서 5화에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