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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랍 애미 라이프 Feb 14. 2024

두바이에 부자만 사는 건 아니다

상상 이상의 빈부 격차를 가진 도시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친구가 폐차 직전의 승용차를 중고차 딜러에게 무려 300만 원이나 받고 팔았다고 자랑을 했다.


그가 애지중지해 온 애마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지만 연식 탓에 엔진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끝도 없는 수리비에 결국 폐차를 결정했다.

그때 우연히 만난 중고차 딜러가 차의 외양을 무척이나 흡족해하며 사갔다고 한다.


'이런 차를 대체 누가 사가요?'라고 물으니 딜러는

‘주로 두바이 같은 곳으로 판매된다.'라고 덧붙였다.


친구가 내게 물었다.

"두바이에는 슈퍼카만 굴러 다니는 거 아니었어? “








처음 마주 한 두바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시속 140킬로까지 허용되는 아부다비 - 두바이 간 고속도로에서 굉음을 내며 달리는 차들을 요리조리 피하다 보면 어느덧 저 멀리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부르즈 칼리파의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아한 선율에 맞춰 춤을 추는 두바이 분수 옆에 자리 잡은 두바이몰에는 마치 이 지구의 잘 생기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죄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갓 사온 명품 쇼핑백을 두세 개씩 들고 가장 유명하다는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인스타그램에서 본법한 커피로 후식을 즐겼다.


별천지가 따로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이 도시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몰의 푸드 코트에서 패스트푸드를 먹고 일어날 때였다. 한국에서 베어 온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다 먹은 쟁반을 들고 일어섰다. 쓰레기통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매장 직원이 후다닥 달려와 내 쟁반을 받아 들며 물었다.


“마담, 식사 다 하셨어요? 제가 치울게요.”

얼떨결에 쟁반을 넘겨주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잔반을 테이블에 그냥 둔 채 떠났다. 나는 왠지 어색하게 느껴져서 내가 직접 하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식사를 끝내자 아이는 화장실이 급하다며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화장실을 찾아 들어서자 청소부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며 비어있는 칸을 안내해 줬다.

‘내가 외국인처럼 보여서 그런가? 엄청 친절하시네.’

하며 볼일을 보고 나오니 방금 그 청소부가 내가 나온 칸에 잽싸게 들어가 청소를 하고는 다음 사람에게 다시 안내를 해주었다. 거의 모든 몰의 화장실에는 이처럼 청소부가 늘 상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청소 등의 서비스직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월급여는 4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도로에는 슈퍼카가 으르렁 거리고 1인 외식비가 기본 오만 원이 넘어가는 이 화려한 도시에서 월급여 40만 원이라니.

최저임금 제도가 있는 한국인으로서는 마음 어딘가가 영 불편한 것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러나 최빈국에서 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중개인에게 웃돈을 주고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숙소와 교통편을 제공받으니 그렇게 모은 돈을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한다고. 그러니 이 일이 무척이나 만족스럽다고 한다.




이렇게 극심한 부의 불평등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범죄(하다못해 소매치기)나 사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 없이 이곳은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다.



(3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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