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보내는 쌍둥이 엄마의 응원
오은영 선생님의 결혼 지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쌍둥이 엄마의 육아 고군분투기가 영상을 탔습니다.
15개월 차 아이들을 키운다는 소리에 ‘하...'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쌍둥이 엄마의 일과를 보며 오은영 선생님이 "맞어, 쌍둥이는 진짜 힘들어요..."라고 하시는 말씀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투두둑 떨어졌습니다.
그 쌍둥이 엄마의 목 늘어난 티셔츠와 펑퍼짐한 바지 그리고 질끈 묶은 헤어 스타일이 예전의 저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는 거울 볼 시간조차 없어서 시간이 많이 흐르고 예전의 제 사진을 보며
'아.. 내가 이 지경이었구나. 나 정말 많이 애썼구나.' 라며 나 자신을 위로했었습니다.
예민하고 잠귀가 밝았던 저희 아이들은 세 돌까지 통잠을 자본적이 없습니다. 둘이서 한 번씩만 깨도 엄마한테는 두 번이니까 수면 사이클이 엉망인 채로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니 몸도 마음도 망가져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거기에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가정보육 기간이 늘어났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마니까, 내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 안 되니까.' 더 밝은 척하며 아이들과 놀아주고 발달 단계에 맞는 교구와 책들을 밤새 찾아보며 열과 성을 다 했었습니다.
혹자는 그럽디다.
한 번에 둘키워서 시간 절약해, 돈 절약해 이득 아니냐고.
하긴 생각해보면 저도 쌍둥이를 낳아 길러보기 전에는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쌍둥이 임신을 회사 동료들에게 알린 날, 유일하게 축하해주지 못한 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옆 팀의 쌍둥이 아빠였습니다.
이제 막 돌 지난 쌍둥이를 키우는 그 동료는 자기가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차마 축하는 못해주지만 마음 깊이 응원하겠다고, 부디 육아휴직 후 살아서 만나자고(?)했습니다. 그때는 그냥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수많은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며 왜 그가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했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쌍둥이 육아의 시작은 임신 기간부터가 고비의 시작입니다. 단태아를 낳게 설계된 사람의 몸에 다태아가 들어앉았으니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산모는 임신 초기부터 두 배의 호르몬과 싸워야 합니다. 저의 경우 입덧이 유난히도 길고 심해서 몸무게가 오히려 빠지기 시작했었습니다. 메말라가는 저를 보며 친절했던 담당의 선생님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쌍둥이를 내려주신대요. 힘내요.' 라며 응원해주셨습니다.
입덧이 잦아들고 아이들이 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내 자궁에게 버티라고 기도하는 나날을 보냅니다. 두배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자주 자궁 경부 길이를 재야합니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내려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꼼짝없이 약물을 맞으며 누워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됩니다.
마지막 난관은 임신 말기에 찾아오는데 아이들 무게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폐를 압박해 숨쉬기가 버거워지며 똑바로 누워서 잠들 수가 없게됩니다. 저는 말기에 임신 중독증까지 겹치면서 온몸에 알레르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연고를 사용할 수 없으니 간지러움을 완화시켜준다는 천연 로션만 바르면서 밤마다 울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임신 10개월을 보내고 나면 온몸의 근육이 죄다 약해져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두 아이를 동시에 케어하게 되는데 차라리 임신 말기가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생활이 시작됩니다.
하루는 아이들을 쌍둥이 유모차에 태워 동네 마트에서 초 스피드로 장을 보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불쑥 말을 걸었습니다
"어머, 아이들 이제 5~6개월 되었나 봐요"
영업하시는 분인가 싶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고 한 순간,
"그때가 제일 힘들 때예요."
하는 말에 우뚝, 멈춰 서서 그 아주머니를 쳐다보습니다.
"저도 쌍둥이 엄마예요. 저희 애들은 이제 초등학교 들어갔어요. 엄마 보니까 제 옛날이 떠올라서 저도 모르게 말을 걸었네요. 지금 많이 힘들지요?"
저는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삼켰습니다.
"힘내요. 지금 정말 힘들 때인데, 조금만 지나 봐요. 정말 쌍둥이 낳길 잘했다~ 할 거예요."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그때 그분의 미소와 따스한 위로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습니다.
<다음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