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우리 가족입니다> 엄마니까 가족이니까...

『우리 가족입니다』  이혜란 글. 그림 / 보림 출판

    『우리 가족입니다』 이혜란 글. 그림 / 보림 출판           


        갑자기 찾아온 친모로 인해 당황해하는 가족의 모습과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치매로 인해 기억을 놓은 할머니는 때로는 어린 아기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사는 할머니의 모습이 안타깝고 슬프게 보여지는 그림책이다. 그럼에도 가족이기에 작은 중화 요릿집을 운영하는 아들 내외는 싫은 내색 없이 어머니를 돌본다. 아들은 아내에게 미안하고, 아내는 그런 남편을 말없이 도우며 서로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엄마니까 가족이니까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아들과 며느리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자세히 보면 글에 다 담기지 않은 이야기를 무척 많이도 담고 있다. 아들네 가족 4명이 찍은 가족사진은 매우 환한데 할머니가 오신 날 가족의 모습은 어이없는 표정이고 앞에 가족사진과 대비되는 어두운 모습이다.     


  또한 어린 날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던 아들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연일지는 모르지만 어머니와 함께 살지 않았던 아들. 그 아들이 어머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데 쉽지 않았음을 그림에서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림 컷들이 조금씩 커지며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할머니의 모습이 처음에는 안 보이다가 뒷모습만 보이고 그러다 옆모습이 보이다가 맨 마지막에 앞모습으로 활짝 웃는 모습이 가족 액자 옆 액자 속에 있다. 


  이 그림책은 작가의 부모님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지금 같은 현실에서야 치매 노인을 모시는 일이 힘들지만 옛날에는 당연하게 우리의 부모님들이 시부모님들을 모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그린 작가의 마음이 어땠을까 짐작도 잘 안 된다.  

   

    나도 친정어머니가 10년을 치매로 고생하셨다. 그러기에 그림책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이 그림책을 냈는지도 알겠다. 치매는 아픈 사람만이 아니라 그를 돌보는 보호자들까지도 기운을 잃게 만들고 탈진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림책을 자세히 보면 아들 가족은 중국집 한쪽에 있는 방 한 칸에서 산다. 할머니가 치매로 인해 웃옷을 벗으려 할 때 식당 안에는 손님이 많다.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식사를 하는 아가씨, 어린 남자아이를 데리고 와서 자장면을 사 먹는 어머니, 한쪽 테이블은 손님이 먹고 간 빈 그릇이 가득 있다. 치워지길 기다리면서... 그럼에도 누구 하나 짜증 내는 손님이 없는 것도 특이점이다. 동네 장사이니 이 중국집 할머니에 대해 모르는 이가 없다는 것일 수 있고, 다 이해하고 중국집 요리가 맛있어 온 손님들일 수 있다. 그들이 눈을 찡그리거나 그냥 돌아가지 않고 먹는다는 것 자체가 따뜻한 동네 같다.     


*  아들을 놓고 갔던 할머니는 그간 어떤 삶을 살았을까?     

*  할머니를 택시에 태워 아들네로 보낸 사람은 누구일까?    

*  할머니가 되어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와 딸> 그림책 읽으며 스스로 하는독서 테라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