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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딸> 그림책 읽으며
스스로 하는독서 테라피

『아버지와 딸』미카엘 두독 데 비트 지음 / 김미리 옮김 / 이 숲 출판

               

                  『아버지와 딸』미카엘 두독 데 비트 지음 / 김미리 옮김 / 이 숲 출판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주인공이 있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 아버지는 작은 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어린 소녀는 매일매일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아버지가 배를 타고 떠났던 그곳을 자전거를 타고 매일 같이 간다. 그렇게 때로는 친구들과 때로는 남자 친구와 때로는 자녀들과 때로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그녀. 세월은 흐르고 흘러 할머니가 된 그녀, 그날도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방파제에 갔다. 그런데 그 바닷가, 이제 바닷물이 빠지고 없다. 간척지가 된 것인지,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이 사라진 것인지, 아버지가 떠났던 바다는 풀만 무성하게 자랐다. 자전거에서 내린 그녀는 풀숲을 걸어 들어간다. 조금 걷다 낡은 배 한 척을 발견한다. 수 십 년 전 아버지가 타고 떠났더 작은 배와 비슷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배 안으로 들어가 눕는다. 작고 가냘픈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다. 그녀는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누웠다 일어나 풀숲을 헤치며 어디론가 달려간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녀의 모습이 점점 젊어진다. 젊고 생기발랄한 아가씨가 되어 멀리 서 있는 남자에게 달려간다. 그녀가 그에게 안긴다. 어린 시절 헤어졌던 아버지다.     


  이 그림책은 2001년 네덜란드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상을 받으며 세상에 먼저 나왔다. 수묵화 같은 그림에 이바노비치 작곡인 <도나우강의 푸른 물결>이란 곡을 배경으로 영상이 보인다. 갈색 빛깔과 먹물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것 같은 배경은 매우 단조로우면서도 충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애니메이션을 보았던 때가 14년 전이다. 우연하게 애니메이션을 접하고 익숙한 듯한 음악에 나도 모르게 빠져서 봤는데 음악과 그림만 있고 대사가 없었다. 그럼에도 모든 게 이해되고 울컥해지며 차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버지와 딸> 애니메이션을 소개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어느 날엔가 서점에 들렀다가 이 그림책을 발견했다. 반갑고 감동스러워 고민하지 않고 바로 구매했다. 이후 나는 이 그림책을 어린이부터 성인, 중. 장년 어르신까지 읽게 하거나 읽어준다.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때 배경음악이 익숙했던 이유는 일제강점기 시절 윤심덕이란 가수가 불렀던 ‘사의 찬미’ 멜로디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란 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떨까? 내게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우리 아버지는 한없이 자상하고 인자한 분이었다. 한복을 즐겨 입으셨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한복을 빨고 다듬이질할 때면 나와 동생을 안고, 업고, 한복 빨랫감을 다듬잇돌 위에 올려놓고, 발로 밟으며 보채며 우는 동생을 어르거나 나를 달래거나 했다. 물론 아버지가 한복만 입는다고 투덜대면서 말이다.    


  그림책에 나오는 소녀는 친구들과 왁자지껄 놀 때도 바닷가 방파제 근처에서 논다. 남자 친구를 사귈 때도 그와 함께 아버지와 헤어졌던 그 바닷가에 온다. 소녀는 인생의 단계에서 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바닷가에서 한참을 머물다 가곤 한다. 


  나도 때때로 아버지를 그런 식으로 그리워하곤 했었다. 삶이 힘들 때면 이런 나를 보고 아버지가 어떤 위로를 해주실까? 힘이 나게 어떤 말을 해주실까? 생각해보곤 했다. 즐겁고, 기쁘고, 성취하거나 보람 있는 일이 생길 때면 마음으로 아버지를 부르며 셋째 딸이 대단하지 않으냐며 칭찬의 말을 듣고 싶어 하곤 했다. 아버지가 떠나신 지 43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불쑥불쑥 아버지가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플 때가 있다. 


  이 그림책의 원작인 <아버지와 딸> 애니메이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된 새벽 그날 나는 주인공 어린 소녀를 생각하며 감정이입을 심하게 했던지 차오르는 슬픔과 그리움을 어쩌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동일시, 카타르시스, 통찰, 적용을 경험하며 일에 치이고, 지치고, 힘들었던 감정이 그대로 올라왔었다. 무의식적으로 올라온 감정들에 주체할 수 없어 목놓아 서럽게 울었었다.     


  아마도 어린 시절 이별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치는 소녀가 나였고, 소녀가 자라고,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되어 생을 다 살고, 저 하늘에서 아버지를 만나는 모습이 어쩌면 나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던 것일 게다. 그때 나는 나의 어떤 모습을 아버지께 보여 드릴까? 아버지가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너무도 많은데, 아버지께 보여 드리고 싶은 모습도 많은데, 아버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차오르는데 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 드릴까. 


  어린 날 나는 수도 없이 아버지가 그리웠다. 삶이 힘들고 어두울 때마다, 방패막이 바람막이가 필요할 때마다, 삶에서 든든한 기둥이고, 버티목이고, 기대고 싶은 아버지가 그립고 원망스러웠다. 기쁘고, 행복할 때도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특히 결혼식 날, 오빠 손 잡고 식장에 들어갈 때는 아버지가 보고 싶어 폭풍 눈물 흘렸다.

   

 투정 부리고 싶고, 기대고 싶던 아버지의 부재는 이렇게 그림책 한 권에도 눈물 바람이 일게 한다. 그림책과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이 마음에 울림이 큰 날이다. 이렇게 독서가 그림책이 감정을 해소하며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림책이 상담사 역할을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독서심리치유를 한 것이다.    


  <아버지와 딸> 그림책을 읽고, 애니메이션을 보면 훨씬 더 마음을 움직이며 다가올 것이다. 감상하며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어 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떠오르는 단어들 중 마음에 드는 단어 3개만 골라 감상을 쓰거나, 그 순간 드는 생각을 써보는 것도 치유적 글쓰기가 되고,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을 보고 떠오르는 단어를 적어보자.

*  그중에 맘에 드는 단어 3개를 골라 감상 글을 쓰거나 지금의 마음을 써 보자.    

*  나에게 아버지란 어떤 사람인가?     

*  나는 아버지께 어떤 딸이고, 또는 어떤 아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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