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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민 Feb 20. 2019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간호사 근무일지- 오랜만에 액팅 해서 눈치 보인 날

미드 번 샘도 없고

챠지 1명 액팅 1명 근무 뛰는 날

그날 액팅일 때였다.


보통 이브닝 인계는 오후 2시에 시작다.

데이번 챠지가 인계할게요 하면 시작이다.

근데 그날은 2시가 돼도 그런 말이 없었다.


나는 다급히 이브닝 약물들확인하고 있었다.

지금 이때를 놓치면 바쁘게 허덕이고 다닐까 봐.

지금 이때를 놓치면 초과 근무하고 갈까 봐.


20-30분 초과 근무는 일상이지만

초과근무가 싫은 이유는 내가 채워야 할 일 외에

또 다른 환자들의 요구가 내게 왔을 때..

저 근무 끝났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말씀하세요

하고 말할 수 없다.


내가 들었고 보통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부탁이니까... 그러다 보면 40-50분 초과가 된다.

악순환의 연속이 돼버리는 게 숨 막혔다.

내 마음은 그랬다.


같이 이브닝 근무를 하며 챠지를 맡은 샘도

오후 2시에 Tea를 준비하고 있다가

스테이션을 보더니 말했다.


"다들 앉아있어요"


이 말을 듣는데 순간 부정적으로 들렸다.

다들 앉아서 인계 준비하는데

너는 뭐하고 서있냐라는 식으로 들렸다.


인계한다고 얘기를 하지

왜 눈치 주는 말로 얘기를 할까 싶었다.

상대는 그런 의미가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어린것이 선배에게

당차게 말해버렸다.


"그게 왜요?"


순간 나도 아차 싶어서


"인계받으러 나오라는 건가요?" 했다.


그게 왜요라는 말속에는

데이번 샘들이 인계 준비하려고

거기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일 끝나고 앉아있는 걸 텐데

아직 인계한다는 소리도 없었는데

저보고 너는 인계 준비 안 하고 니 일하냐라고

물으시는 건가요의 의미를 내포했다.


선배는 그냥 넘어가나 싶다가

다시 돌아와서 말했다.


기분 좋게 출근했는데

그렇게 기분 상하게 말을 해야겠냐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얘기했다.

인계받으러 나오라고 하면 되지

다 앉아있다고 왜 눈치 주듯 말하시나요 하고..


어디서 그런 무식한 용기가 나오는지..

객기 아닌 객기를 부렸다.


하지만 선배는  나에게 이유를 물어줬다

그러자 나도 몰랐던 내 심이 툭 튀어나왔다.


"일에 대한 압박감이 있어요"

말하며 눈물이 터졌다.


"챠지 하다가 액팅 하려니 빠트리는 거 생기고,

 뒤에서 또 뭐라고 할까 봐 걱정돼요"


"인계하고 나서 액팅 샘들이  안 했다,

  저거 안 했다 투덜투덜거리는 걸 봤는데

  제가 뭐 빠트릴까 압박감이 들어요"


그 선배는 나에게

"에고.. 힘들게 있으면 말을 하지..

 혼자 생각하지 말고.. 전날이라도 연락해서

 샘 저 내일 액팅 하는데 오랜만이라 걱정돼요"


"그리고 그렇게 압박감을 가질 필요 없어요.

  나이가 들면 좋은 게 만렙이 돼요.

  마음을 넓게 쓰고, 샘이 일부러 빠트리고 할

  사람 아닌 거 다들 아니까 이해해줄 거예요."


"그래도 걱정되면 일 끝나고 액팅 샘들한테,

 일한다고 다 했는데 바트린 거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물어봐도 되고"

라고 달래주고 조언도 해줬다.


그리고 선배의 마음도 얘기해줬다.


"나는 샘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모르잖아요.

 나는 이런 일 있으면 밤에 잠 못 자고 다음날도

 잠을 못 자요."


"다른 어린 샘들이나 안 친한 샘들이 그러는

 것보다 더 기분 나빠요. 샘을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내가 일부러 웃기고

 그런 거 왜 하는데 분위기 좋게 하려고 하는 거

 라구"


내 어리광을 받아 준

좋은 선배를 만나서 다행히 잘 풀렸지만..!

일반 선배나 직장 동료였으면 과연 어땠을까 싶다.

생각하기가 무섭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힘들지 않은 척

스스로를 너무 누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힘들다고 표현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막다가

엉뚱한 데서 꼬투리를 잡고 객기를 부리게 된다.


그날 내가 좀 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했다면

기분 좋게 일을 시작하고 불필요한 말다툼을

안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는 내가 힘들고 어렵다 느낄 때

그냥 아닌 척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내 마음을 좀 알아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말로 잘 표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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