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의 교육 패러다임

우뇌 기반의 창조형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정책과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by 김태완

서울대학교 김세직 교수는 인재를 모방형 인재와 창조형 인재로 구분하고 있다. 모방형 인재는 기존에 형성된 기술이나 지식에 기반하여 이를 다양한 형태로 모방하거나 좀 더 발전시키는 형태에 최적화되어 있는 인재를 의미한다. 반면 창조형 인재는 이전과는 차별화된 무언가를 만들어 냄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함과 동시에 이를 통한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를 의미한다. 기술이나 지식에 대한 지적 재산권이나 특허권에 큰 제약이 없었던 과거에는 상당수의 사업모델이 일부 선진 국가나 기업의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모방적 접근을 통해 발전되어왔다. 우리나라 역시 모방형 사업구조에 기반해 성장 발전해 왔음에 대해 부인할 수 없다. 당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인재는 이러한 산업구조에 최적화된 모방형 인재를 육성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부터 특허권과 지적 재산권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으로 인해 더 이상 모방에 기반한 사업모델은 한계에 이르렀다. 스스로 기술과 지식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하지 않고서는 독자적인 경쟁력과 생존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이젠 모방형 인재로는 더 이상 경쟁하기 힘든 시기가 왔다는 의미이다. 앞서 언급한 김세직 교수는 한국경제에 대해 “5년 1% 마이너스 성장 법칙”을 주장했다. 이는 1990년대 이후로 한국경제는 평균적으로 5년에 경제성장률이 1%씩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이며, 이는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모방과 창조, 김세직 著)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해 김교수는 앞서 언급한 한국경제의 사업모델의 답보를 제시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경제 구조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모방형 경제 구조에 익숙한 인력을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한국의 교육제도와 커리큘럼이 가장 큰 문제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창조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제도와 콘텐츠의 전환이 바로 교육 분야의 뉴노멀이라는 것이다.


교육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측면과 교육 환경 및 인프라로 크게 구분하여 생각할 수 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의 유형은 교육의 방식과 콘텐츠를 주가 되는 내용이고 교육 인프라는 교육에 소요되는 제반 환경이나 기술적 요소들을 의미한다. 산업 및 경제 그리고 사회구조가 변화하게 되면 그 시대에 적합한 인재상도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변화하는 인재를 육성하여 공급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자 기능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변화의 시대 속에서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요구하는 인재는 창조형 인재이다. 창조형 인재는 핵심역량은 질문력과 탐구력 그리고 관련성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연결력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교육 콘텐츠는 이러한 역량을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다. 대부분 학교와 기업 그리고 나아가 국가에서도 창조형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되어 있으나, 실제로 실효성 있는 정책과 활동으로 제대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창조”란 용어를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수없이 듣지만 “창조”에 대해 제대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창조력”에 대해 제대로 배운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교육 체계는 앞서 언급한 모방형 경제 구조 아래에 적합한 인력을 육성하여 공급함에 초점이 맞추어진 70, 80년대 교육 체계 프레임을 크게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공된 지식을 암기하고 정해진 유일한 정답에 접근하는 방법에 초점이 맞추어진 교육 체계 속에서는 새로움에 관해 관심을 쏟고 탐구할 여력이 없다. 현재의 교육은 사일로 형태의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정해진 학문은 그 길을 갈 뿐이다. 학문 간의 상호 연결성은 교육을 받는 사람이나 교육을 하는 사람이나 발견하기 쉽지 않다. 물론 기업의 교육은 학교에서의 교육보다는 나은 면이 있다. 그러나 실상 실무에서 접하는 실제적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교육을 통해 숙지하는 것은 상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핀란드의 교육 체계는 상당히 독특하다. 핀란드에서는 대부분의 학문을 연결 관점에서 교육이 진행된다. 가령 한 학기에 수업에 대한 주제 또는 대상을 설정한다. “배(Ship)”가 이번 학기에 수업 주제로 정해졌다고 하면 “배”와 관련된 역사를 비롯해서 수학, 물리, 화학, 문학, 외국어에 이르는 내용을 종합적으로 연계하여 학습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학문 간의 연계성을 학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이를 실행에 옮겨서 직접 확인하는 데 이르기까지 열린 생각과 사고를 통해 창조적 역량을 육성하고 있다. 핸드폰 분야에서 독보적인 선두 기업이었던 ‘노키아’가 몰락했을 때 대부분 경제학자는 핀란드 경제가 고착 상태에 빠져들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달랐다. 실제로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경제 위기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노키아’가 몰락하자 이에 몸담고 있던 핀란드의 창조적 인재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노키아’라는 거대 기업이 약 수천 개의 소규모 스타트업으로 분해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노키아’가 차지하고 있던 경제 비중을 노키아로부터 파생된 스타트업 기업들이 그 이상으로 커버를 했다. 일자리와 사회적 영향 측면에서는 ‘노키아’의 영향력을 이미 추월했으며, 많은 사람들은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인들의 움츠려 있던 창조성을 깨운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대기업이 몰락한 사례는 많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고 국가 경제 전반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사례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지만 핀란드는 그렇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창조형 인재로의 육성을 위해 운영된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이 국가의 위기에서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핀란드의 사례를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이젠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나 기업을 쫓아가는 위치가 아니라 쫓김을 당하는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모방형 인재를 양산하는 교육 시스템에서 창조형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시스템으로의 선언적 전환이 아닌 실질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기반으로 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가 개발되어야 하며,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체험적 교육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한다. 특히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는 교육 콘텐츠와 운영 인프라 측면에서 활용범위가 큰 폭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교육 콘텐츠에 ‘질문 대응력’을 키울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사람이 가장 큰 창조적 사고를 하는 시기가 영, 유아 시기라고 한다. 그 이유는 아이들은 궁금한 모든 것에 대해 서슴지 않고 질문을 하며, 이를 통해 상상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스스로 시나리오를 써가며 놀이를 한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부터 질문하고 상상하는 행동들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가는 시점에서부터는 질문과 상상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게 된다. 이는 모방형 인재 육성 시스템에 적응되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 시절의 행동은 사람들의 본능이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질문하고 상상하는 창의성을 가지고 있지만, 교육 시스템이 이를 제한하고 있다. 창조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모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은 대부분 인간의 좌뇌를 활용하고 발전시키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의 역량을 키우기 위함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앞으로의 환경 속에서 논리성과 합리성은 더 이상 사람의 장점이 될 수 없다. 이젠 기계가 갖기 힘든 감성과 정서적 측면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즉 우뇌의 영역을 발전시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창조는 지식과 논리적 사고에서 만들어지기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수많은 실패 가운데서 발견되는 경우들이 많다. 뉴노멀의 시대에서는 ‘패스트 팔로워’를 원하지 않는다. ‘퍼스트 무버’를 원한다. 앞으로의 기업은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찾는 것보다는 자신이 기업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어필함으로 선택을 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 모든 학교이건 기업이건 모든 교육 시스템은 이러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의 뿌리를 찾아 들어가면 결국은 사람 간의 경쟁이다. 그 사람을 변화하는 경쟁환경에 맞추어 어떻게 육성하고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결정한다. 이는 앞으로도 불변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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