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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완 Nov 14. 2017

운동하러 가는 날

헬스장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

연간 헬스장 회원권을 끊어 놓고 몇 달 동안 회원권을 묵혀 놓았다가 게을러지는 나 자신과의 처절한 사투 끝에 헬스장에 갔다. 내가 다니는 헬스장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15층짜리 건물이다. 이 중 13층과 14층이 헬스장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운동을 통해 몸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한 번 쏟아 버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헬스장이 있는 건물에 도찯하여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런데 이게 뭔 일 이래?

" 금일 엘리베이터가 고장으로 인해 계단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문구가 불 꺼진 엘리베이터 자동문 앞에 붙여 있지 않은가? 헬스장은 13층인데...  순간 마음에 큰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계단을 통해 헬스장을 갈 것인가? 아니면 내일부터 새로운 마음을 가지고 헬스장에 올 것 인가? 불 꺼진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대략 1~2분 정도 갈등을 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엘리베이터 문에 붙어 있는 문구를 바라보며 갈등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다양한 연령층의 여러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때 문득 예전에 다니던 헬스장의 지하 주차장에서 조금이라도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려고 애쓰던 한 아주머니를 보면서 운동하러 온 사람이 지하 주차장에서 조금이라도 덜 걸으려고 저러려면 뭣하러 운동을 하러 오는 지를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운동하러 큰 마음을 먹고 왔다고 하는 내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운동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갈등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칼 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계단에 첫발을 딛기 시작했다. 13층까지의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총 260여 개의 계단을 통해 13층에 올라왔다. 그리고 잠시 후 나와 같이 닫힌 엘리베이터 앞에서 갈등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계단을 통해 올라오는 것이 보였지. 왠지 뿌듯했다. 오늘 헬스장에서 할 운동을 계단 올라오면서 다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뭔가를 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단한 것을 이루었을 때만 뿌듯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보다. 늘 우리는 나 자신 스스를 이겨내야 하는 경우들과 맞닥뜨려 살아가고 있다. 집에서 어지럽혀져 있는 책상을 지금 정리하는 것도 하기 싫어하거나 나중으로 미루고 싶어 하는 나 자신과의 대립이기도 하다. 하물며 13층이나 되는 고층을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은 오래간만에 귀찮음을 뒤로하고 운동을 하기 위해 나온 나에게는 좋은 핑곗거리 이였으므로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내가 나 자신을 이기고 13층을 올라가서 운동을 했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의 안일한 모습과 대립되는 상황에서 내가 이를 스스로 이겨냈을 때 느끼는 그 기분과 감정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활력을 준다는 것을...  그리고 그 활력이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동력원으로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과 목표에 한 발자국 더 나가게 해 준다는 것을 새삼스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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