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이다. 스스로 반문하자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이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변화경영 전문가로 많은 직장인들의 멘토였던 구본형 작가의 대표작인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란 책에서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을 위해 사용한 시간이 그만큼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사용해서 그것들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체험하고 이를 내재화하지 못함으로 자신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를 설명하라면 그저 이력서의 양식에 맞춰져 있는 만들어진 내용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력서 양식 속에서 설명하고 있는 나의 모습은 선택받기 위해 포장되어 있는 상품 속성을 나열해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비가 막 오려고 하면서 바람이 부는 우중충한 날씨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은 농담 삼아 정신상태가 불안정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난 그냥 그런 날씨가 좋다. 이유는 없다. 난 비 오는 날 차를 세워놓고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차에 부딪히는 빗소리와 협주 삼아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난 LG 트윈스의 열성적인 팬이며, 나의 아내가 나와 같은 LG 트윈스의 열성팬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난 늘 글을 쓰는 것을 동경해 왔다. 그런데 10년 넘게 미루어 왔다. 이런저런 핑계를 가지고... 그런데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 두 달 전부터 이런저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비록 보잘것없는 글들이 이지만 한 편, 한 편 글 들이 내 노트북에 쌓일 때마다 뿌듯한 느낌과 함께 남모를 자신감이 새록새록 생겨난다. 그래서 앞으로 좀 더 노력을 해야겠다고 스스로를 다잡고 있는 사람이다. 난 직업이 경영 컨설턴트이다. 그래서 늘 새로운 지식을 찾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된다. 나이가 들다 보니 학습능력이 많이 떨어졌나 보다. 그래도 마음만은 늘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노력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갱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의 아내에게 힘이 되어주고 의지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직장의 핑계로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아니 안 하고 있는 그런 사람이다. 지방에 홀로 계신 어머니께 가끔 안부 전화나 한 번씩 할 뿐 출장 차 근처에 갈 때도 들러보지 못한 그런 사람이다......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글로 쓰다 보니 처음에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성향이나 성격 등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적다 보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로 귀결이 되는 것 같다. 나는 그저 직장에서 열심히 내게 주어진 시간을 사용하면 나 자신 스스로가 형성되어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젠 내게 소중한 것 들을 위해 시간을 사용해야 할 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내가 누구인지 내가 스스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이력서 상에 포장되어 있는 나 자신의 속성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난 매일 반문하고자 한다. "나 자신은 누구인가?" 그리고 하루하루 그 답변을 완성해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