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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완 Nov 25. 2017

기분 좋은 아침...

행복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을 떠보니 새벽 5시, 왼쪽 어깨의 통증으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어 깬 것이다. 왼쪽 어깨에 염증이 생겨서 거의 한 달째 고생을 하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고, 조금만 왼쪽 어깨를 움직여도 통증이 밀려온다. 잘 때도 조금만 몸을 뒤척이면 어깨 통증이 몰려온다. 거의 열흘 넘게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하는데 하는 일이 시간을 정해 놓게 움직이는 일이 아니다 보니 꾸준한 치료를 받는 것이 힘들다. 남들은 일주일이면 완쾌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을 거의 한 달째 끌고 다니고 있다. 오늘은 토요일, 집 근처 정형외과는 오전 9시에 문을 여는데 지금 시간은 오전 5시...   깨어버린 잠은 다시 오지 않고 밖의 날씨는 흐리다 보니 어깨는 더욱 욱신거린다. 즐거운 주말 아침 확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뒤척이며, 시간을 때우다 보니 7시 반에 맞춰놓은 알람 소리가 들려온다. 후다닥 일어나서 병원 갈 채비를 한다. 토요일이다 보니 8시 반부터 환자들이 병원으로 몰려와서 대기를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병원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걸어서 10분 내외, 8시에 집을 나섰다. 날씨는 우중충하고 바람은 부는 게 가뜩이나 잠도 어깨 통증으로 제대로 못 잔 상태인데 날씨도 한몫을 거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혼자서 인상을 쓰며 중얼거리면서 병원으로 향한다.

집에서 병원으로 가는 길에는 편의점, 제과점, 분식점 그리고 과일, 채소가게가 늘어서 있다. 8시가 되니 일부 가게들이 영업을 위해 준비를 하는 듯 거리가 주말 아침 치고는 꽤나 분주히 보였다. 여전히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길을 걷던 내 앞에 과일, 채소 상점 앞의 낙엽을 쓸면서 주변 정리를 하는 50대 중, 후반의 아주머니 한 분이 보였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그리고 오늘 날씨도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분위기에 바람이 불고 있어 꽤나 쌀쌀한 날씨였기에 아주머니께서 왈록달록한 보자기를 머리에 두르시고 소매 없는 패딩을 입으신 상태셨다. 입에서는 입김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앞을 내가 지나치려는 순간에 상점에서 남편분인 듯한 아저씨 한 분이 나오시면서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봐... 내가 할 텐데 왜 추운데 나와 있어? 어서 들어가 내가 마저 할 테니..."

  "당신은 상점 안에 물건 정리하쟎슈? 힘쓰는 거를 당신이 하는데 가게 주변 정리는 내가 할 테니 좀 쉬어요..."

  "됐네... 됐어...  몸도 약한 사람이...  당신이 해준 아침밥을 잘 먹어서 오늘 컨디션이 좋아...  어서 들어가..

    온풍기 앞에서 좀 앉아 있으라고..."

아저씨는 말씀을 마치기 무섭게 아주머니께서 들고 계시던 빗자루를 빼앗다시피 가로채시고 아주머니 손을 붙잡고, 상점 안으로 모시고 들어가셨다. 그리고 잠시 후에 나와서 아주머니께서 하시던 주변정리를 하시기 시작했다.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상점 안으로 들어가시던 아주머니의 얼굴 표정...   글로 표현하기 힘든 행복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쳐다보는 모습...  난 길을 가다 돌아서서 그 두 분의 잠깐의 대화와 모습과 아저씨의 아주머니를 생각하는 마음과 그 마음에 행복해하시는 아주머니의 모습 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과 마음이 전해지면 행복하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배려받고 있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때, 그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에 우 추운 주일의 겨울 아침에 아내와 함께 교회를 가기 위해 나섰다. 그날 마침 교회 주변에 차를 세워둘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꽤나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오는데 바람이 칼 같이 매섭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교회 앞에 차를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날따라 아내는 목도리를 집에 두고 가지고 나오질 않았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목도리를 둘러메고 나왔다.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교회를 향해 걷고 있는데 가뜩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가 너무나 추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내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서 아내의 목 주변을 목도리로 둘러매어 주었다. 그때 나를 쳐다보는 아내의 모습은 내가 그동안 보아왔던 그 어느 때의 모습보다 행복한 얼굴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오늘 그때가 생각났다. 그 이후로 아내가 그러한 행복한 웃음을 얼굴에 지을 수 있도록 내가 아내를 위해 배려해 주고 위해주었던 적이 있었던가? 반성하게 된다...

어찌 되었든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모습은 새벽부터 짜증스러웠던 나의 마음을 기분 좋게 바꾸어 주셨다. 그리고 깨달음과 반성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 주셨다. 그러다 보니 물리치료 성과도 좋은 듯하다...  

오늘 아내가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봐야겠다.  행복은 멀리있고 큰 것이 아니다... 내게 소중한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과 그것을 느낀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기분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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