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앞에는 포수가 뒤에는
수비수가 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동료들을 믿어야 한다.

by 김태완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야구에서 투수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 스포츠 중에서 선수 개인에게 승(勝)이라는 경기의 결과를 성적으로 붙여주는 스포츠는 야구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야구에는 승리 이외에도 투수에게 부여하는 여러 종류의 평가지표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지표가 방어율이다. 한 경기에 평균 점수를 몇 점이나 주느냐를 평가하는 지표이다. 그리고 홀드, 세이브 등 경기의 승리에 기여한 투수에게 부여하는 여러 가지 지표들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지표를 놓고 타자와 비교해 볼 때 생각해 볼 점이 있다. 타자는 전적으로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성적이다. 타율, 홈런, 타점, 장타율, 출루율 등 개인의 역량에 의존되는 지표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투수의 경우는 좀 생각해 볼 사항들이 있다. 투수가 아웃카운트를 잡는 경우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한 가지는 투수가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잡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타자가 쳐낸 공을 수비수들의 수비를 통해 아웃카운트를 잡는 경우이다. 삼진아웃의 경우에도 투수가 100% 본인의 능력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고 할 수 있을까? 삼진아웃의 경우도 포수가 타자의 성향을 파악하여 투수를 리드함으로써 투수가 삼진아웃을 잡을 수 있도록 지원 역할을 수행해야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소위 맞춰서 아웃을 잡는 후자의 경우에는 타자가 쳐낸 공이 정타가 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수비수들이 자신의 수비 범위에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 주었을 때 가능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투수 혼자서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경우는 없다. 투수 앞에 있는 포수가, 투수 뒤에 있는 수비수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투수의 성적은 투수 개인의 역량이 가장 큰 부분이지만 함께 투수를 둘러싸고 있는 야수들 의도 움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타자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만루홈런이나 사이클링 히트의 경우는 타석에 들어서 오직 홀로 투수와 야수들을 상대하는 타자들의 개인역량이라고 할 수 있으나 투수들의 꿈인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 노런, 완봉승 등의 경우 야수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투수들 은포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야수들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없다. 투수 자신 앞에는 포수가 있고 뒤에는 든든한 7명의 야수가 있음을 인식할 때 투수는 자신이 원하는 공을 던질 수 있게 된다. 타자가 잘 쳐낸 공이라도 우리의 야수가 온몸을 날려 그 공을 잡아 아웃을 시킬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투수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충분하게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야구경기를 보다 보면 수비수를 믿지 못함으로 인해 타자에게 안타를 맞지 않으려 정상적인 투구를 펼치지 못 해경 기를 망쳐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반면에 야수들이 멋진 플레이를 통해 투수에게 힘을 실어줌으로 인해 투수가 자신 역량 이상의 투구를 펼침으로 좋은 경기를 펼친 경기도 자주 보게 된다. 투수는 야수를 믿어야 한다. 투수 혼자서 경기를 펼칠 수 없다. 27개의 모든 아웃 카운트를 삼진을 잡을 수 없다면 투수는 야수에 대한 철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믿음이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드는 동시에 강한 팀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에서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다. 그런데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일을 대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나와 함께 하는 동료들을 믿지 못하고 혼자서 독불장군식으로 일을 진행해 나갈 경우 과연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나의 동료들을 믿을 수 있어야 하며, 그 믿음이 하나의 목적을 향하여 달려갈 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결과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경기를 뛰는 선수로만 승리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