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의 연결을 통해 구매과정에 개입하라.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교수는 그동안 산업환경의 변화에 의해 시장을 구분해 오면서 그에 적합한 대응방안을 제시해 왔다. 공급자가 시장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던 마켓 1.0 시대, 공급과잉으로 인해 수요자가 시장을 리드해 나가기 시작했던 마켓 2.0 시대, 기업이 단지 이윤추구가 아닌 사회적 가치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가는 데 중점을 둔 마켓 3.0 시대로 구분을 해 왔다. 앞서 구분한 마켓 1.0~3.0은 시장의 주체가 공급자인 기업에서 소비자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며, 단지 고객만족이 아닌 고객감동 실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진행되어야 함을 설명해 주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변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마케팅은 과연 어떠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대응해야 하는가? 필립 코틀러 교수는 이를 마켓 4.0으로 정의하여 설명하고 있다. 마켓 1.0~3.0 시대로 발전하면서 기업은 고객지향적인 활동에 주력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시장은 절대강자인 기업과 절대 약자인 소비자의 위치는 그다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즉,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이 일반 개인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 양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 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소비자의 정보 취득 정도는 다소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단지 자신이 소비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참조적인 정보에 국한된다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초연결(High-Connection) 시대"라고 한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연결이란 바로 정보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공유한다는 의미이다. 마켓 4.0은 이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 모든 소비자들이 연결되고 하나의 거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정보를 확보하게 됨으로써 소비자와 기업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고 기업과 소비자가 수평적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 마켓 4.0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기업과 소비자가 상호 수평적인 관계를 갖게 된다는 것은 과거 기업이 소비자에 대한 배타적인 정책에서 고객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정책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이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이나 개선의 과정에 직적 소비자를 개입시켜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Quirky라는 회사는 온라인 상에 고객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제안된 아이디어에 대해 플랫폼 상의 참여자들의 투표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최종 선정된 아이템을 자사 개발팀을 통해 상품화 하여 이를 출시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제안자에게 마일리지 형태로 피드백을 주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로레알이 인수한 NYX는 뷰티 플랫폼을 운영하여 새로운 화장법이나 자사 제품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공유하게 하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정보를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상기의 사례의 경우 마케팅 관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항은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에 어떻게 소비자들이 참여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마켓 4.0 시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소비자의 구매 경로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소비자의 구매 경로의 변천과정에 대해서는 필자가 최근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자료를 첨부해 놓았으니 이를 참조하기 바란다.) 마켓 4.0 시대에서는 구매 경로는 5A로 정의하고 있다. 5A란 인지(Awareness), 호감(Appeal), 질문(Ask), 행동(Action), 옹호(Advocacy)를 의미한다. 간단히 5A를 살펴보기로 한다.
1) 인지(Awareness) : 인지란 매체를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게 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광고 나 지인들의 추천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전통적인 마케팅 영역에서는 이 영역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게 된다.
2) 호감(Appeal) : 인지하게 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자신에게 효용성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단계이며, 이를 통해 구매의사가 나타나게 된다.
3) 질문(Ask) : 구매의사가 생겨나면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다. 사용후기나 자신의 궁금한 사항들을 온라인 상에서 취합하는 단계이며, 이때 의견을 구하는 대상은 소비자 개인과 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구매의사를 확정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단계이며, 마케터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4) 행동(Action) : 실제로 구매가 일어나는 단계이며, 고객 경험이 시작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5) 옹호(Advocacy) : 자신의 구매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개진하는 단계이다. 즉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 경험을 표현하는 단계로 긍정적인 경험에 의한 기업에 긍정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반면에 부정적 경험을 통한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옹호 활동은 앞선 질문 단계와 연계가 되며 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에는 마케터들은 구매 소비자에 대한 유지관리를 통해 충성고객화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향후에는 어떻게 소비자들이 우리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긍정적 옹호자가 될 수 있도록 할 것 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상기에서 구매 경로 5A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과거에는 어떻게 우리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알릴 것인지에 대한 인지 단계에 주력을 해 왔다면 현재는 소비자들이 우리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단계인 질문 단계와 옹호 단계에 어떻게 관여하고 이에 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에 주목을 해야 한다. 글로벌 화장품 회사인 SHPORA는 회사의 이름으로 직접 각 종 뷰티 플랫폼에 하나의 일원으로 참여해서 질문 단계와 옹호 단계에 객관성을 가지고 직접 참여함과 동시에 의견을 개진하고 좋은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하나의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여러 소비자들과의 온라인 동료로서의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활동은 소비자 친화적인 이미지를 각인 시킴으로 구매 경로에 기반한 마케팅 활동의 모범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한 가지 생각할 부분은 Influence Mix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Influence Mix란 이타마르 시몬스와 엠마뉴엘 로젠이 공저한 "절대가치"라는 책에서 제시한 개념인데 소비자의 의사결정은 P-O-M프레임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P는 개인적인 경험(Personal Experience) 즉, 개인의 사용경험이나 기호, 성향을 의미하며, O는 다른 사람(Other People)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의미하고, 마지막 M은 기업의 마케터(Marketer)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M과 P의 믹스가 구매의사결정에 절대적인 역할을 해 왔으나, 현재는 O가 구매의사결정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5A에서 질문 단계와 옹호 단계가 구매의사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마케팅의 역할은 소비자들이 구매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구매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어떻게 우리 제품을 잘 알리고 각인시켜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소비자가 우리 상품과 서비스를 인지하는데 그칠 뿐이며, 실제로 소비자의 구매에 대한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소비자의 구매 경로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구매 경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소비자의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마케터들의 역할이다.
** 상기의 내용으로 2017 CS Conference에서 "Market4.0 & Digital Transformation"으로 강의한 강의 자료를 첨부하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