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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완 Dec 15. 2018

Insight 18. 큐레이션에 주목하라.

과잉의 시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Insight18. 큐레이션에 주목하라.

과잉의 시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미친 가장 영향은 우리의 삶을 풍요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던 현실 속에서 산업혁명은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확실하게 제공해 주었다. 물론 아직까지 이러한 산업발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가장 높은 수준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과학과 기술은 발전하게 끔 되는 것이 바로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과잉의 시대와 앞서 언급한 내용은 또 다른 문제이다. 금 번 챕터에서는 불편한 진실은 일단 접어두고 앞으로 우리의 관점에서 닥쳐올 현실에 기반하여 생각해 보기로 한다. 


1차 산업혁명이 대량생산의 근간을 만들어 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출 수 있었던 계기는 전기의 상용화가 이루어지게 된 2차 산업혁명이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전기의 등장은 단순히 증기에서 전기로의 동력원의 전환이 아니었다. 생산공정과 프로세스 등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전기를 증기의 대체 동력원으로 여겼던 상당 수의 기업들은 오래지 않아 사라지고 말았다. 전기의 등장으로 인해 대량 생산체계는 시장에 물건이 넘쳐나게 끔 만들었으며, 소비자들은 과거의 공급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좀 더 많은 제품과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시설투자를 진행하였으며, 기업들 별로 소비자들의 소비성이 높은 상품들에 대해서는 경쟁적으로 자사의 브랜드를 붙여 경쟁적으로 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매대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물건들이 넘쳐나기 시작했으며, 소비자들은 이제 풍요한 물건들 속에서 선택을 하는 시대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 시점을 1980년대로 볼 수 있다. 1990년 대부터는 풍요의 시대가 아닌 과잉의 시대로 점점 접어들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활동들이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2차 산업혁명 이후 제조업을 통해 생산되는 물건들은 이제 풍요의 시대를 넘어 과잉의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했으나 정보와 데이터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데이터나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가 아직 미흡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시장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각 종 조사분석 활동, 여러 상황들에 대한 데이터와 정보에 대해 기업들은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와 맞물려 발전하기 시작된 인터넷 기술은 정보와 데이터의 생산과 분석을 용이하게 만들었으며, 아울러 현재 보유하고 있지 못한 필요한 데이터, 정보와의 연결을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데이터와 정보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3차 산업혁명시대는 데이터와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가 한정되어 있었다. 시장의 변동성, 수요자들의 다양한 요구 그리고 예상을 넘어선 불확실성은 좀 더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필요하게 되었으나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보기술 인프라는 이를 수용하기에 한계점이 있었다. 2010년이 넘어서면서부터 상상을 넘어선 기술발전의 속도는 이제 데이터와 정보의 생산주체의 자격조건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사람 누구라도 데이터와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주체가 되었으며, 센서 기술의 발전은 센서를 통해 무한대에 가까운 데이터와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IBM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하루에 생산되는 정보의 양이 2조 5천 억 메가바이트라고 한다. 최근 2년 동안 생산된 정보의 양이 이전 인류 역사를 통틀어 생성된 정보의 양보다 많으며, 매년 약 60%씩 데이터와 정보의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그렇다면 매년 생산되고 있는 2조 5천억 메가바이트의 정보는 모두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라고 할 수 있는가? 현시대 우리는 개인부터 기업, 국가에 이르기까지 데이터와 정보에 의해 의사결정을 한다. 개인적 통찰과 직관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는 이제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쏟아지는 정보와 데이터들이 우리로 하여금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데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제 정보와 데이터도 풍요가 아닌 과잉, 아주 심각한 과잉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단언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정보가 부족해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보가 너무 넘쳐나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것은 어느 정보가 유용한 지, 어느 정보가 신뢰할 만한 지를 판단해서 걸러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누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경쟁력이 아니라 유용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아내는 역량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큐레이션(Curation)이란 개념을 주목해야 한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시대에서 기업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큐레이션 역량을 꼽을 것이다. 그렇다면 큐레이션은 무엇이고 왜 큐레이션을 현시대의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꼽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큐레이션이라고 하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진열품에 대한 선별과 선택 그리고 배치를 통해 진열품의 가치를 올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큐레이터라고 하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큐레이션이라고 한다. 좀 더 쉽게 와 닿는 사례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영국의 대영 박물관에는 약 800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전시실에 실제로 전시되어 있는 유물의 수는 약 8만 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8백만 점의 유물 중에 어떠한 기준을 통해 8만 점을 선별할 수 있을까? 유물의 특성을 살펴보면 유물에는 시대적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정치, 문화, 경제, 사회, 종교에 이르는 시대의 다양한 성격 또한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건들을 통해 편향적이지 않도록 유물을 선별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시대에 있어 시사점을 줄 수 있는 특성 또한 반영해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감안하여 정말 전시에 대한 가치가 있는 유물들을 선별하고 선택하는 활동이 바로 큐레이션이다. 이러한 활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의 흐름에 대한 식견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적 관점의 역사 인식도 필요하다. 그리고 현시대의 상황에 대한 안목 또한 필요하다. 그저 유물 리스트를 놓고 본인의 마음에 드는 대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전문성과 명확한 자신의 주관성(상대방에게 자신이 큐레이션을 진행한 내용에 대한 명확한 의미의 전달), 통찰력을 두루 겸비해야 가치 있는 큐레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큐레이션에 대한 이해가 되었다면 현시대에 큐레이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재의 시대는 과잉의 시대이다. 특히 정보의 과잉은 올바른 대응이 이루어지질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여지가 많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현재는 속도의 시대이다. 즉 시간적 여유가 없는 시대라는 것이다. 의사결정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여 검토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적합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들을 빠르게 취합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과잉하게 제공되는 정보는 집중력을 약화시켜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지연시키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 속에서 유용한 정보, 정확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역량은 현시대에 있어 조직이 보유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유용한 정보만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정리해 본다면 정보를 많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확보된 정보 중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앞서 대영 박물관 사례를 언급했듯이 800만 개 중에서 8만 개를 선별하고 선택한다고 해서 큐레이션의 활동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선택된 유물을 전시하는 일, 즉 배치하는 일이다. 선택된 유물을 일정한 규칙과 프레임 하에서 배치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완성되는 것이다. 과잉된 정보를 선별하고 선택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된 정보의 배치 또는 정보들의 조합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포함시킬 때 비로소 큐레이션의 과정이 마무리된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큐레이션은 선별과정, 선택과정 그리고 재배치 또는 조합의 3대 과정으로 이루어졌다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앞에서 우리는 큐레이션 기능이 기업에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큐레이션이 실제 비즈니스 상에서 어떠한 경쟁력을 제공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과거에는 같은 제품군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개발해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다. 이러한 현상은 오프라인의 유통점의 매대에 동일한 제품군에 대해 수많은 종류들이 진열되어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줄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졌다.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인 아이 예거는 이에 대한 실험을 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딸기잼” 실험이다. 하루는 매대에 각기 다른 메이커의 6개의 딸기잼을 놓고 판매를 했고, 며칠 후에는 매대에 역시 각기 다른 메이커의 20개의 딸기잼을 놓고 판매를 했다. 결과는 딸기잼을 구매하기 위해 매대에 들른 사람들의 수는 종류가 많았을 때가 작은 수의 딸기잼은 놓아두었을 때 대비해서 30% 정도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판매량은 오히려 딸기잼의 종류가 적었을 때가 많을 때 대비해서 반대로 30%가 많았다고 한다. 이를 통해 얻은 결론은 선택의 폭이 많을 때 보다 선택의 폭이 작을 때 사람들은 실제적인 선택의 행위가 일어난다. 선택의 폭이 많을 때는 갈등만 고조될 뿐 이는 실제적인 선택의 행위로 이어지질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에게 많은 선택의 범위를 주는 것은 오히려 비즈니스에 있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의 성장세가 꺾어지기 시작하면 기존 제품의 라인 업을 확대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고객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어서 선택하도록 하는 것보다 나에게 맞는 것을 제공해 주길 원한다. 즉 소비자 자신을 큐레이션해 주길 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원 서비스 플랫폼을 보더라도 어느 플랫폼이 많은 음원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선택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음악을 추천해 주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큐레이션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다른 사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큐레이션은 우리가 필요한 것을 경제적으로 유용하게 얻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CNN은 최근 취재 현장에 영상 촬영을 직접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사건 보도에 사용되는 영상은 이전보다 빠르고 다양한 관점에서 제공되고 있다. CNN은 각 종 사건사고 현장의 영상과 내용을 실시간으로 제보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 근처에 있는 누구라도 해당 영상과 현재 상황을 플랫폼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이 사고 현황을 파악하고 취재팀을 아무리 빠르게 파견한다고 하더라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전송되는 영상이나 내용의 속도를 따라오지는 못할 것이다. CNN은 플랫폼 상에 제보된 영상 중에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영상들을 선별하고 선택해서 조합한 후 사건사고의 내용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어 뉴스를 공급하고 있다. 이것이 CNN이 큐레이션의 기능을 이용하여 뉴스를 만들고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뉴스를 만드는 것은 앞으로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실시간을 쏟아지는 다양한 정보들을 선별하고 선택해서 조합하여 스토리를 만들어 공급하는 형태로 뉴스가 생산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콜롬비아 대학교의 TOWE CENTER의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탈 산업사회 저널리즘”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즉 뉴스의 제작역량이 언론사의 큐레이션 역량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바스타 “큐레이션”, 예담 아카이브) 이렇게 만들어진 뉴스는 실시간의 역동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뉴스 한 편의 제작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키는 경제적 효과도 가지고 온다. 앞으로 언론사는 취재 장비와 취재 기자와 관련 네트워크의 경쟁이 아니라 기사와 영상을 제보받을 수 있는 플랫폼, 그리고 정보에 대한 큐레이션 역량, 스토리 보드 활용 역량의 경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의 사례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과학계에서는 연간 수백만 건의 연구 논문이 발표된다고 한다. 그러한 연구논문들 중에서 여러 방면의 연구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논문을 찾기에는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논문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검증은 별개의 문제이다. 대표적인 학술지인 “Nature”는 과학기술 논문의 다량 생산으로 인해 발생된 과잉의 문제에 대해 큐레이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잉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과잉 속에 정말 가치 있는 대상이 묻혀 버리고 만다는 점이다. Nature는 그러한 문제점에 대해 큐레이터의 역할을 통해 진정으로 과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논문들을 선별하여 선택하여 학계에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Nature는 과학기술 영역은 물론이고 산업, 사회영역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잉 생산되고 있는 논문에 대한 큐레이션의 역량이 Nature의 위상과 영향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Nature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체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 비해 Nature의 큐레이션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에 현재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큐레이션의 역할은 기업 내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데 있어 뿐 아니라 비즈니스 운영에 있어서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 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은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 그래서 추천받기 원한다. 이것이 큐레이션이 비즈니스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이며, 콘텐츠 큐레이션이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이유이다. 


큐레이션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한다. 

첫 번째는 유용한 정보와 운영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정보나 절차에 유용성에 대한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못할 경우에는 큐레이션이 아닌 정보에 대한 필터링하는 기능밖에 수행할 수 없다. 필터링된 정보의 활용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성향을 파악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큐레이션의 운영 프로세스를 간략히 정리해 본다면 첫 번째 단계로는 필요한 성격과 이에 대한 범주화를 통한 그룹핑이 필요하다. 두 번째 단계는 범주 별로 필요한 정보의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부합된 정보들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 번째 단계는 선별된 정보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이를 선택하는 과정이며, 마지막 단계는 선택된 정보를 배치하고 조합함으로 원하는 정보와 가치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의 운영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용성 있는 정보와 운영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큐레이션은 일관성,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개별 사안 별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는 큐레이션이 진행되어야 한다. 물론 상황과 환경에 따라 일부의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부분의 변동은 큐레이션의 결과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든다. 그리고 큐레이션의 결과를 신뢰하게 해 주기 위해서는 해당 영역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미술작품을 큐레이션 할 때 미술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큐레이션을 하다면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세 번째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기업들이 큐레이션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면서 이에 대한 알고리즘을 적용하려고 시도를 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큐레이션은 알고리즘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 큐레이션은 객관적인 결과보다는 주관적이며, 감성적인 부분이 상당 부분 필요하다. 즉 인간의 경험과 감정, 주관적인 판단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특정한 원칙과 원리에 입각한 알고리즘으로 그 결과를 만들어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큐레이션이 인간의 경험, 감정 및 주관성이 필요한 이유는 큐레이션에는 스토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객관성보다는 주관적일 때 전달력이 높다. 그 이유는 스토리는 이성적 보다는 감성적 접근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단, 주관성은 충분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논리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에 맞춤형 정보를 전달받을 때는 인간적인 공감대와 감성적인 관계가 형성되길 원하는 성향이 있다. 최근 병원에서 인공지능으로 통해 자신의 질병에 대해 검진을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러나 검진 결과를 인공지능을 통해 받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의사를 통해 검진 결과를 전달받기를 원한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따라서 큐레이션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새로운 일자리 영역이기도 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큐레이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기업이 갖추어야 할 필수 충분조건 차원의 역량이다. 과잉의 시대는 더욱 심화될 것이며, 과잉의 시대 상당 수의 대중은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이것은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큐레이션을 통해 혼란스러움에서 올바르고 빠른 기업체질을 확보함과 동시에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관점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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