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어루만지는 얼굴에서 기다림과 땀으로 주고받을 새까만 주름 띤 하얀 미소 하루하루 모종을 저축하고 희망이 자라나길 정성을 넣어 모으는 데 쓰였던 느린 채워짐의 조그마한 땅 내 기억의 아버지는 그런 저금통을 밭에다 두셨고 손바닥만 한 땅을 일구며 뿌린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아버지의 희망을 옮겨 심은 땅에서 어린 자식들이 자랐지 그랬던, 그때 기억의 나는 그런 아버지의 직업을 철없이 부끄러워하며, 흰 종이에 드러내기를 연필심 색깔처럼 까맣게 망설였지 그런데, 지금의 나는 풋내기처럼 품었던 몸서리치던 기억을 이제는 조금은 참뜻을 알아가듯, 농부인 아버지를 쓰내려가며 골 깊은 주름의 의미를 대하는 법을 알아가지 철없던 아들의 실수에 '너무 걱정하지 마라,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다' 상처를 희망으로 바꾸던 말 평생 땅에서 삶을 바치는 정도는 되어야 감히 존엄을 논할 수 있지 그렇게 아버지는 희망을 넣는 작은 구멍만 있고 꺼내는 구멍이 없다며 마음의 저금통을 깨지 말아야 되는 이유를 알려주셨지 희망은 계속 저금통에 넣어두며 쌓아가는 것이라고 #아버지#희망#저금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