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 슈퍼 하나가 있습니다. 슈퍼 앞에 가득했던 매대가 치워진 걸 보니 곧 문 닫을 시간이 임박했다는 의미입니다. 열려있는 문 앞에서 지금 들어가서 사도 되냐고 점원에게 물어봅니다. 문은 열려 있으니 들어오라는 의미인데 굳이 물어봅니다. 요 시간대면 이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받을까... 늘 같은 질문을 받고 같은 대답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고, 몇 년을 하였고 앞으로 몇 년을 더 할 건가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언제 쉬고 여행은 언제, 누구랑 가본 게 마지막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항상 그 자리에서 같은 표정으로 같은 복장으로 서 있는 점원에게 또 다른 내가 보입니다. 요즘은 마스크까지 하고 있으니 우스꽝스러운 허수아비 같은 느낌까지 듭니다.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질문은 나 스스로에게 하고픈 질문입니다. 나 스스로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장소만 다를 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허수아비처럼 뻣뻣하게 서있는 이웃을 보니 또 다른 내가 여기도 있구나라는 반가움과 서글픔이었습니다. 다른 점원은 야채와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제품을 이리저리 옮깁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지 양파망을 손에 들고 망설이기도 합니다. 아마 포장된 내용물 중 하나의 상태가 좋지 않아 바꿔야 될지 고민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조금만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교체할 의욕이라도 있을 텐데 작은 움직임조차도 피곤이 절정인 마감 때 눈에 띄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잠시의 망설임으로 내일 아침 일찍 바꿔놓으리라는 다짐을 하고 그 다음날 생각이 나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는 그 물건을 사서 집으로 향할 것입니다. 그 물건을 가져간 누군가는 대여섯 개 중에 하나쯤 상태가 좋지 않음을 쿨하게 넘기는가 하면 누눈가는 그대로 다시 들고 와서는 왜 이런 물건을 팔았냐고 따지며 바꿔달라고 다 그칠 것입니다. 며칠 전에 그런 이유로 소소한 다툼의 광경을 목격하였습니다. 그 순간을 보며 그 점원의 삶에서 손꼽을 정도로 애매한 순간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하기 전단계의 상태를 가지고 물건의 상품가치가 있냐, 없냐라는 애매한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상태로 봐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것이 만일 양파 라면 몇 껍질을 까서 신선해야지 상품의 가치기준이 되는 것일까?..., 비유가 너무 멀리 간 것 같은 느낌...ㅠㅠ, 문득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는 말이 기억이 났습니다. 점원이 스스로 문제를 삼은 것일까, 고객이 문제를 삼은 것일까,... 그날의 기준은 결국 손님이 왕입니다. 이 기준은 이 슈퍼가 이 자리에서 없어지지 않을 기간 동안 불변의 기준일 것입니다. 잠깐의 소란은 손님의 기준에서 상태가 좋지 않았던 물건을 교체 받아 가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며칠 전 상황에서 빠져나와 다시 물건을 사기 위해 들린 슈퍼에서 두부와 어묵을 고릅니다. 집사람이 알려준 팁이 있습니다. 진열대 앞에 있는 것을 사지 말고 제일 안쪽에 있는 것으로 사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점원의 노력으로 위치를 바꿔가며 자리를 잡은 진열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물건은 선입선출의 규칙 따위는 소용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점원은 그날도 그 다음날도 나름의 규칙대로 물건을 진열하고 누군가는 점원의 규칙을 따르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삼을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됩니다. 터무니없는 것을 문제 삼는 일만 생기지 않으면 됩니다. 비록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하여도 손님이 왕이라는 기준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한참을 물건을 소비하는 손님이 왕이라는 기준으로 살았습니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나서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물건을 파는 것이 얼마나 지랄 맛고 힘겨운 것인지ㅋㅋㅋ,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왕이 되기도 하고 왕을 모시기도 하고ㅎㅎㅎ, 지금도 사람들은 어디선가 크고 작은 일들로 문제를 삼고 울분을 삼키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싸움을 정말 잘하는 싸움꾼은 때론 다툼을 피해가는 것이 현명한 싸움이라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을 무의미라 생각하지 말고, 그것 또한 의미 있는 행동이라 생각하고 무모의 시간을 버티고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해주는 주말 오후입니다. #다툼#싸움#피해가는것#반복되는일상#문제#무의미#규칙#현명한#커피인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