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과의 싸움

by 옛골소년

특별한 원인 없이 오른쪽 발목이 저리는 현상이 일주일 정도 지속된 것 같습니다. 복숭아뼈와 뒤꿈치를 손으로 누르면 남의 살처럼 무디고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참으로 이상 야릇한 기분입니다. 걸어 다닐 때는 아무렇지 않다가 잠을 자기 위해 누우면 바닥에 닿는 뒤꿈치에 전해지는 무딘 감각이 거슬립니다.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해봅니다. 그러기에 진작에 병원을 가보라니까 왜 그리 말을 듣질 않느냐며 다그칩니다. 그럼에도 자가 진단의 무모함을 시도해 봅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어딘가에 이상이 있긴 한데 통증도 없고, 일상생활을 하기에 지장도 없으니, 며칠 동안 지켜보며 증상이 조금씩 호전되리라는 기대를 해보며 잠을 청합니다. 내일 아침이면 괜찮아질 거야!, 며칠째 주문을 걸어봅니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 며칠째 공들인 간밤의 기도는 무용지물처럼 오른쪽 발목의 저림 현상은 여전했습니다. 갱년기 호르몬 분비의 이상 증상인가, 몸이 알려주는 노화의 신호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단골 메뉴입니다. 가까이 있는 사물이 보이지 않고, 잇몸이 점점 내려앉고, 눈에 실지렁이 같은 게 떠다니고, 경고음처럼 왼쪽 귀에서 들리는 이명의 잣음도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이 주는 몸의 작은 신호는 오래된 친구처럼 내 몸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웬만하면 병원을 가지 않고 몸에서 나오는 기운으로 자연 치유를 기다리는 편입니다. 내 몸의 자연치유 능력을 믿어보는 미련한 시간으로 일주일이나 흘러갔습니다. 오늘도 저린 발목으로 좋은 에너지가 전달되기를 기대하며, 아침부터 고기를 밀어 넣어 위에는 부담을 안겨주고, 안 하던 스트레칭도 열심히 해보며 최대한 편한 운동화를 신고 길을 나섭니다.

왠지 나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듯 불확실성을 미끼로 가족 모두에게 불편함을 넘어 걱정과 불안함을 키우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의사에게 증상을 얘기하고 발목 엑스레이 사진도 찍어보고, 발목에는 이상이 없으니 허리 사진도 찍어보고, 다행히 결과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의사가 물어봅니다. 최근에 발을 무리하게 사용한 적은 없는지, 부딪힌 적은 없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하루에 얼마나 움직이는지, 운동은 하는지, 취조하듯 물어보는 질문들의 대부분이 귀에 거슬립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밥 먹고 걸어서 일터로 오고 가고, 카페에서 하루 종일 앉아있고, 걱정하지 말자며 생각하고, 그런 생각조차도 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걱정이 되고..., 코로나19가 가져다준 불확실성에 대한 근심병의 부작용인가!...ㅠㅠ

아무튼, 허리에 이상이 있을 경우 발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에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허리에도 이상이 없었습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합니다. "병원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내가 답합니다. "다행이네!, 약은 받았어?, 약을 안 지어줘?", 병원에 가면 으레껏 따라오는 약이 오늘은 없습니다. 세트메뉴에서 뭔가 빠진 듯하지만, "증상이 없다는데 무슨 약을 받아와!ㅋㅋㅋ",

그렇게 며칠을 불안에 떨게 했던 불확실성 중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것은 해결이 되었지만, 발목 저림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물리적인 치료방법은 없으니 정신적인(?) 치료를 받아야 되는가라는 의문이 남게 되었습니다.ㅎㅎ, 코로나19가 종식되어야 이 근심병도 없어지려나!..., 이 상황에서 심장이 저리지 않은게 다행이지!ㅠㅠ

병원에 다녀온 날 저녁에 아내에게 말을 건네 봅니다. 속시원히 풀리지 않은 결과만 보고 미련한 생각을 해봅니다. "그냥 병원에 가지 말고 집에 있을 걸 그랬나?, 특별히 한 것도 없었는데!...", 집사람이 한심하다는 듯 다그칩니다. "병원에서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치료를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보이는 거랑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거든!", 맞는 말입니다. 가족의 근심거리였던 아빠의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은 해결되었습니다.

앞으로 가족들은 아빠의 발목 저림의 투정이 이제 별것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스트레스가 없을 것입니다. 이제 무엇으로 나의 존재감을 알리지!ㅋㅋㅋ, 아무튼, 병원에 가서 새로운 불확실성을 받아온 것이 아니라 이미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는 치료를 받아서 온 것입니다. 작은 것에도 고마워할 때입니다.

살면서 그리 불편하지 않는 일시적인 저림 현상과 가까이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 노안은, 세상은 이미 다 해결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기에, 그렇기에 더욱 힘차게 뛰어다니고 멀리 보는 안목을 가지라는 의미로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불확실성과의 싸움이 계속됩니다. 내겐 너무 익숙한 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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